SK텔레콤(SKT)이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유심(USIM) 해킹 사태와 비용 부담 확대 등으로 흔들렸던 수익성이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통신 본업의 안정적 현금창출력 위에 AI 데이터센터(AI DC) 사업 성장세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SKT는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4조3923억원, 영업이익 5376억원, 순이익 316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300억원대를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통신업 본원 경쟁력 회복과 AI 사업 초기 성과가 동시에 나타난 분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이 주목한 부분은 무선 사업 회복세다. SKT는 올해 1분기 휴대전화 가입자 약 21만명을 순증했다. 지난해 일부 가입자 이탈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반등이라는 분석이다. 이동전화 매출 역시 직전 분기 대비 1.7% 증가했다.
업계에선 멤버십 개편 효과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SKT는 최근 고객 혜택 확대와 앱 기반 이용 편의성 개선 등을 중심으로 멤버십 서비스를 손질했다. 동시에 중저가 요금제와 데이터 혜택 강화 등을 포함한 요금제 개편도 추진 중이다. 통신 시장이 사실상 성숙 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 고객 유지율과 체류시간 확대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비용 구조 개선도 실적 회복 배경으로 꼽는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마케팅 비용 증가와 일회성 비용 부담이 완화된 데다 조직 효율화 작업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SKT는 최근 AI 중심 조직 개편과 비핵심 사업 정리를 병행하며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유선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역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1분기 매출은 1조1498억원, 영업이익은 116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 21.5% 증가했다.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입자 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가운데 기업용 회선과 데이터 사업 확대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 사업 성장 속도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T의 AI DC 사업 매출은 1분기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증가했다. 가산 데이터센터 등 주요 AI 인프라 가동률 상승과 GPUaaS(서비스형 GPU) 매출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생성형 AI 투자 경쟁이 심화되면서 AI 인프라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GPU 확보 경쟁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통신사들의 AI 인프라 사업 가치도 빠르게 부각되는 분위기다. SKT는 통신망 운영 경험과 그룹 차원의 반도체·에너지 역량을 결합해 AI 밸류체인 전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SKT가 단순 통신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CEO 직속 엔터프라이즈 통합 추진 조직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간거래(B2B) AI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AI 에이전트와 통신 서비스 연계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AI 서비스 '에이닷' 고도화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SKT는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대형언어모델(LLM)과의 연계 전략도 확대할 계획이다. 통신 가입자 기반과 AI 서비스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향후 대규모 AI 투자 부담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GPU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투자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통신사들도 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단기 수익성 부담을 겪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 성장 정체 역시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5G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결국 AI 사업의 실질적 수익화 속도가 중장기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업 특유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AI 인프라 성장성이 결합되면서 SK텔레콤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AI 사업의 수익화 속도와 투자 효율성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석 SKT CFO는 "지난 1분기는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예화된 AI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 나가는 기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실적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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