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공연 팬들의 기대와 설렘 뒤에 숨겨졌던 불합리한 멤버십 약관들이 대대적으로 손질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연장과 티켓 예매 플랫폼들이 운영해온 공연 유료 멤버십 이용약관을 점검한 결과, 소비자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계된 불공정 조항들을 대거 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정 대상에는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부산문화회관, 국립국악원 등 주요 공연장과 인터파크, 클럽발코니 등 주요 티켓 예매 플랫폼이 포함됐다.
그동안 일부 공연장과 플랫폼은 소비자가 멤버십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났거나 일부 혜택만 이용했더라도 연회비 전액 환불을 거부하는 약관을 운영해왔다. 공연 팬들 사이에서는 “가입은 클릭 몇 번이면 끝나지만 환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혜택을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과도한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공정위는 이러한 조항이 실제 사업자의 손해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위약금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가입 후 일정 기간인 14~30일 이내에는 전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고, 일부 혜택을 이용했더라도 제공된 혜택 상당액 등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비용을 공제한 뒤 남은 금액을 환불하도록 약관이 개선된다.
특히 소비자 환불금을 지나치게 줄여왔던 과도한 공제 방식에도 제동이 걸렸다. 일부 공연장은 환불 과정에서 이용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과 이미 제공한 혜택 상당액을 동시에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해 소비자 부담을 키워왔다. 사실상 같은 서비스 가치가 중복 공제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방식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고, 앞으로는 이용기간 금액과 제공 혜택 상당액 가운데 더 큰 금액 하나만 공제하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합리적인 수준에서 환불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인터파크의 포인트 공제 방식도 개선된다. 기존에는 회원 탈퇴 시 이미 지급된 포인트 상당액을 환불금에서 우선 차감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우선 남아 있는 포인트를 회수한 뒤 부족한 경우에만 일부 금액을 공제하도록 변경돼 환불 과정의 불합리함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던 운영 방식들도 함께 손질됐다. 롯데콘서트홀과 인터파크는 온라인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탈퇴는 고객센터 전화로만 가능하게 운영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해왔다. 공정위는 이를 소비자의 의사표시 방식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판단하고, 앞으로는 온라인·전화·서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입 취소와 탈퇴가 가능하도록 약관을 개선했다.
사업자의 책임을 지나치게 면제하던 약관 역시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공연장과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일부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 등을 부담하도록 변경된다.
회원 게시물을 사전 통지 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개선된다. 기존에는 ‘정책 방향에 위배되는 경우’처럼 지나치게 포괄적인 사유만으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삭제 및 임시조치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원칙적으로 사전 통지와 소명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공연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 보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공연시장 총 티켓 판매액은 2023년 1조2696억 원에서 2025년 1조7326억 원으로 증가했다. 선예매와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소비자 피해 예방과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요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은 공연 유료 멤버십 이용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겪어온 불편과 부담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과 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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