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성과급이 독?···삼성·SK, 호황 뒤 숨은 수평·수직 ‘노노 갈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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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성과급이 독?···삼성·SK, 호황 뒤 숨은 수평·수직 ‘노노 갈등’ 부상

이뉴스투데이 2026-05-07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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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부 갈등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배분 기준을 둘러싼 이견도 커지고 있다. 과거 제조업 노사 갈등이 고용 안정과 생존권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 반도체 업계의 갈등은 초호황 국면에서 성과 배분을 둘러싼 ‘분배 갈등’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상한 없는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며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증권가에서 제시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조원을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급 규모는 약 4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도체(DS) 부문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평균 6억원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추정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요구를 둘러싸고 회사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면화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최근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SECU)은 공동교섭단 탈퇴를 선언했다. 동행노조 조합원 상당수는 TV·가전·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소속인 반면, 공동투쟁본부를 주도하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는 DS 중심의 구성으로 알려져 있다.

DX 부문 직원들의 이탈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노조 홈페이지와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탈퇴 인증’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열흘 새 탈퇴 신청이 2500건을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조합원 대비 단기간에 두 자릿수 비중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사업부 간 이해관계 차이가 수치로 드러난 모양새다.

내부에서는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한 DX 직원은 “노조가 DX 직원을 파업 자금을 대주는 현금인출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DS 직원 일부가 “실적도 못 내면서 왜 남의 사업부 성과를 나눠달라고 하냐”는 조롱성 글을 올리면서 감정 대립도 격화하는 분위기다.

같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사업부별 체감 환경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DS 부문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된 반면, DX 부문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둔화, 사업 재편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노조 의사결정 역시 조합원 비중이 높은 DS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조를 둘러싼 외부 시선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DS 부문 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진행하던 기부금 약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사례가 이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매칭 그랜트’는 임직원 기부액에 회사가 동일 금액을 추가 지원하는 사회공헌 제도다. 다만 일부 직원들이 해당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약정 취소 의사를 밝히는 글을 게시,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노사 갈등 양상이 과거와는 차이를 보인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고용 안정이나 생존권 이슈보다 성과 배분과 보상 수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책임의식과 연대 의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 특성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웨이퍼 공정은 24시간 연속 가동이 전제되는 만큼, 생산라인이 중단될 경우 공정 중이던 물량을 폐기해야 하고 수율 정상화에도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다. 이와 함께 고객 신뢰 훼손 가능성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AMD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최근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고객 이탈과 경쟁력 약화는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도 노조 파업 가능성을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갈등은 삼성전자 내부를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직원들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지만, 하청 노동자에게는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만 지급됐다며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성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원·하청 구조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구조는 현장 하청 노동자들의 체감 격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불황일 때는 맨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호황이 와도 보상은 크지 않다”며 자신들을 “유령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생산 물량 증가에 따라 업무 강도는 높아졌지만, 인력 확충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안전 인센티브 지급 구조로 인해 사고 발생 시 보상이 줄어드는 점을 우려해 현장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자의 약 22%, SK하이닉스의 30% 이상이 하청업체 소속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물량 증가에도 인력 확충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고강도·고위험 업무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초호황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노동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막대한 성과가 특정 사업부와 고용 형태에 집중되면서 ‘같은 회사 안의 다른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은 공정 연속성과 공급망 안정성이 핵심인 만큼, 이런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고객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요즘 성과급은 조직 결속을 높이는 보상 수단이라기 보다 내부 균열과 산업 리스크를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AI 시대 반도체 경쟁력은 기술뿐 아니라 조직 안정성과 공급망 신뢰까지 함께 고려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 배분 구조를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고 원·하청을 포함한 전반적인 보상 체계를 정비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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