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이 굳건해야 평안"…400여년 마을 지킨 수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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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이 굳건해야 평안"…400여년 마을 지킨 수호신

이데일리 2026-05-07 07:4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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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전북 무주 명천마을 소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


[무주=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전북 무주는 덕유산의 웅장한 자연경관과 함께 다양한 산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겨울의 아름다운 설경이 아름답지만 사계절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곳이 바로 무주이다.

덕유산 자락에서 흐르는 계곡과 적송 군락지의 조화가 이뤄진 곳으로는 칠연폭포와 용추폭포 등 7개의 폭포가 있다. 이 중 칠연폭포는 덕유산 자락의 물이 모여 만들어낸 자연예술품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옛부터 덕유산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봉인 향적봉(해발 1614m)을 중심으로 삼봉산(1254m), 대봉(1300m), 덕유평전(1480m), 중봉(1594m), 무룡산(1492m), 삿갓봉(1410m) 등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일명 덕유산맥으로 부른다.

전북 무주 명천마을 입구에 식재된 소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


◇임진왜란 때 피난 온 선비들이 조성한 마을…마을 보호하는 수구막이 숲 역할

전북 무주의 명천마을은 ‘고요한 물소리 마을’로 불리며 해발 500m 지대에 위치한 물 맑고 공기 깨끗한 산촌마을이다. 덕유산 남쪽에 위치한 무룡산과 서남쪽의 삿갓봉에서 발원한 맑고 시원한 물이 마을을 가르며, 흐르고 산새들의 소리가 어우러진 곳이라 해서 ‘명천(鳴川)’이라 불렸다. 이후 냇물이 너무나도 깨끗해서 ‘명천(明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깨끗한 물과 숲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명천물숲마을로 불리고도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명천을 중심으로 명천안산에 위치한 음촌 마을과 햇볕이 잘 드는 양촌마을로 나누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마을에 주민들이 늘면서 새는 사라지고 깨끗한 물만 남았다고 한다. 지금은 명천마을로 통칭해 부르는데 전통 체험 테마 마을로 조성됐다.

이 마을의 기원은 400여년전인 선조 25년(1592년)에 임진왜란을 피해 들어온 선비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마을 입구의 울창한 소나무숲은 북서풍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400여년간 마을을 지킨 이 울창한 숲은 한국전쟁 당시 공비 소탕 작전으로 모두 벌채되는 비극을 겪었다.

전쟁이 끝난 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한그루, 한그루 나무를 다시 심고 가꾸면서 지금의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복원됐다. 숲은 예로부터 풍수지리적 ‘비보’(裨補, 도와서 모자라는 것을 채움) 역할을 해왔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골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이자 잦은 하천 범람을 막고 마을의 기운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호하는 수구막이 숲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명천마을의 소나무숲이다.

전북 무주 명천마을 소나무숲 내 산책길. (사진=박진환 기자)


◇한국전쟁으로 유실…주민 복원노력으로 아름다운 숲·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

전북 무주 명천마을 주민들은 소나무숲이 굳건해야 마을이 평안하다고 믿는다. 옛 선조들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심고 가꾼 숲을 이제는 후손들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기며 정성껏 보전하고 있는 이유이다.

400여년간 이어진 주민들의 정성은 숲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이 숲은 친환경 캠핑장과 야영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식당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가족 단위나 단체 방문객을 위한 숲 체험시설로 주민들의 새로운 소득원 역할도 하고 있다. 그 결과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1년 산림청의 전통마을 숲 조성 대상지로 선정됐고, 2023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이름을 올렸다.

이 숲의 전체 면적은 3.5㏊ 규모로 사업대상지 면적은 1.5㏊이다. 당시 산림청은 소나무 군락지로서 산림미적으로나 교육적 보전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한국전쟁 당시 사라진 숲을 지난 60년간의 노력으로 복원시킨 마을 주민들은 이 숲에 남다른 애정과 함께 마을을 지키는 마음까지 지니고 있다.

매년 숲에서는 대보름 망월제, 민속놀이, 물놀이, 맨손 송어 잡기 체험 등 축제와 행사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년·소녀 시절 나무를 직접 심고 키웠던 주민들이 어느덧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지만 숲을 사랑하고 숲의 소중함을 알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나무숲이 600년 동안 마을의 안녕을 가져왔다면 이제 이 숲은 마을의 미래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북 무주 명천마을 입구에 설치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입간판. (사진=박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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