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신으로 하나되기"…북, 어떤 반응 보일지 관심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처음으로 북한 스포츠 선수단이 남한을 방문해 경기를 펼치는 것을 계기로 공동 응원이 재현될 전망이다. 남북 관계가 단절된 가운데 민간단체가 나서 추진하는 이벤트 성격이다.
북한 여자 축구팀 '내고향선수단'이 오는 20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 참가한다. 북한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대회에 남북 단일팀 출전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일방적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북한은 '대한민국' 또는 '한국' 등으로 외국처럼 부르고 있다. 이번 대회도 '국가 대 국가'라는 원칙 아래 국제 스포츠대회에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고향축구단, 북한 선수단으로는 8년 만에 한국 방문(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025-2026 AWCL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하는 내고향의 방한이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건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가 마지막이다.
사진은 지난 2025년 11월 15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AWCL ISPE(미얀마)와의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2026.5.4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북한은 4강 진출국인 일본과 호주가 지난 4월 중순 일찌감치 참가를 확정한 것과 달리 지난 1일에야 AFC에 참가하겠다고 알려왔다. 남한을 방문해야 참가할 수 있는 점에 대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대회를 주관하는 AFC를 지원하는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 여자축구 경기를 공동 응원하기 위해 100명의 공동 응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첫날 신청 접수 1시간여 만에 100명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1996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해 창립한 이 단체는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과 남북교류 사업을 펼쳐왔다.
이 단체 관계자는 "남북 선수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뛴다는 점에서 공동 응원에 나서기로 했다"며 "참가자들은 한반도기를 들고 각자 선호하는 팀을 응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 외에도 응원단 모집에 나설 단체가 더 있을 수 있어 공동 응원단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들은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 의미를 강조하기보다 스포츠 정신으로 하나가 된다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북 공동입장은 물론 남북 단일팀과 공동 응원단을 구성한 것을 비롯해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스포츠가 교류의 물꼬를 텄던 경험에 비춰 이번 대회도 교류 재개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단절의 위험성을 극복하는 일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해 '노딜'에 그친 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남북관계는 핫라인조차 끊길 정도로 파국을 맞았다. '구조적 단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대북 유화책을 펼치며 남북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내던지고 '적대적 양국론'을 고집하며 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여자축구 남북매치가 이런 상황에서 열린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대회 우승을 거머쥐어 여자축구 성공 모델로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목적에 그칠 수 있다. 우리 측이 한반도기 응원으로 '하나됨'을 표출할 때 '타국'으로 선을 그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공동 응원에서 흔들 한반도기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개선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낯선 만남'을 '친근한 교류'로 만들기 위한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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