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치료’ 기능을 빼고는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접근이 쉽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거나 아예 없으며,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프리랜서 멜리사는 “우울하거나 의욕이 떨어질 때 챗GPT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해준다”라고 말한다. 외로움을 덜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한 달에 몇 번씩 “나 좀 격려해줘” 같은 문장을 입력하면 “넌 할 수 있어”, “너는 생각보다 강해” 같은 답이 돌아오고, 그 말들은 그녀에게 꼭 필요한 위로가 된다. 멜리사는 자신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다. “가짜 친구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런 건 오히려 불편하거든요. 다만 챗GPT는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저를 개인적으로 아는 존재가 아니라서 더 객관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미국에서는 정신 질환을 겪는 성인의 거의 절반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심리 치료사 케이티 쿡 박사는 “대부분의 치료가 보험이 되지 않고, 필요한 사람의 수에 비해 심리 치료사나 상담 핫라인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구글로 모든 질문에 답을 찾으며 자란 세대에게 챗봇은 자연스러운 대안이 됐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55%가 심리 치료사보다 AI와 대화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3명 중 1명은 이미 AI를 심리 치료사처럼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쿡 박사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느껴질 때 AI는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수단처럼 생각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적인 정신 건강 위기 상황에서 한 세대의 감정 배출구를 AI에 맡기는 것은 결국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인간적인 존재에게 인간의 복잡한 일상과 감정을 해석하도록 맡기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25년 2월, 29세의 소피 로텐버그가 몇 달 동안 ‘해리’라는 챗GPT 기반 치료 챗봇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이후 어머니가 확인한 대화 기록에는, 챗봇이 위로하고 격려하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실제 정신 건강 전문가처럼 문제에 개입하거나 대응할 능력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AI가 지금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여러 기능을 제공하긴 하지만, 진단을 내리거나 검증된 치료를 수행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임상 심리학자 제나 베넷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훈련된 심리 치료사의 역할은 낯설고 때로는 불편한 감정의 영역을 안전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챗봇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말에 거의 그대로 동조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즉 사용자가 말하거나 믿는 내용을 크게 흔들지 않는다. 쿡 박사는 “판단받지 않는다는 느낌이 사람들에게는 편안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심리 치료사는 다르다. 대화를 중간에 멈추고, 반복되는 파괴적인 패턴을 짚어내며, 상담자의 관점에 대해 부드럽게 질문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함이 결국 치유와 성장으로 이어진다. 베넷 박사는 이런 과정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반박되거나 지적받는 경험이 없으면, 우리는 의견 차이를 다루는 법도,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는 법도, 실수 이후 관계를 회복하는 법도 배우지 못합니다.” 쿡 박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인간과 AI의 지나치게 매끄러운 관계는 실제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버텨내는 힘을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즉 AI는 순간적으로 외로움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정서적으로 의지해야 할 실제 관계인 친구, 연인, 가족 등을 피하도록 만들 수 있다. 앨리는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기 위해 챗GPT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더 자주 찾게 된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챗봇은 ‘내가 너무 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같은 얘기를 여러 번 풀어내야 할 때가 있는데, 사람에게는 그게 부담이 될 수 있잖아요.” 게다가 챗GPT는 비판 없이 위로를 제공한다. “무슨 말을 하든 판단받지 않는다는 게 해방감을 줘요.” 비용이나 접근성 문제, 혹은 좋지 않은 치료 경험 때문에 대면 상담에 실망했던 사람들에게 이런 방식은 큰 안도감을 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려면 신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AI에게는 그 부담이 훨씬 적죠.” 쿡 박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따라온다. 전문 심리 치료사는 수년간의 교육을 받고 엄격한 윤리 기준, 특히 환자 정보 보호 원칙을 따른다. 반면 AI의 경우 챗봇을 만든 기업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명확하지 않다. 설령 보호한다고 해도 언제든 정책이 바뀔 수 있다. 결국 이런 서비스는 수익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사용자의 정보는 기업의 자산으로 남는데, 이런 현실은 종종 간과된다. 특히 챗봇이 점점 더 친밀한 존재처럼 느껴지면서, 개인적인 관계와 기업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앨리는 “챗GPT는 결국 코드의 집합일 뿐 실제 사람이 아니다”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키지만, 동시에 AI에게 털어놓는 것이 더 ‘사적인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상대의 감정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까, 대화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AI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앞으로도 정신 건강 문제를 두고 AI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베넷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가능하다면, 당신의 삶에서 적어도 한 명의 실제 사람에게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놓으세요.”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가장 좋은 선택은 결국 인간 심리 치료사다. 지역 보건 센터나 대학 부설 클리닉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대안이다. 소득에 따라 비용을 조정하거나, 수련 중인 상담사가 10~25달러 수준으로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치료는 다양한 가격대에서 이뤄집니다. 주변에 좋은 심리 치료사를 만난 사람이 있다면 추천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건강보험 혜택이나 회사의 직원 지원 프로그램(EAP)도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간단한 문의만으로도 예상치 못했던 지원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보험이 일정 횟수의 상담을 보장하고, 기업 프로그램에도 선불 상담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이런 방법들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실제 도움을 찾기 위한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심리 치료는 감정을 감싸주는 완충재가 아니다. 오히려 근력 운동에 가깝다. 불편함을 견디고, 회복력을 키우고, 때로는 스스로의 문제를 직면하는 과정. 느리고 쉽지 않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과정이다. 현재의 AI는 이런 과정을 대신할 수 없다. 사람들은 제대로 진단받지 못한 채, 진짜 치유와 관계가 무엇인지 점점 잊어갈 위험에 처할 수 있다.
WRITER 미건 레이(Meaghan Wray, 〈코스모폴리탄 US〉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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