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서 바둑·AI 주제로 토크콘서트…'GRIT인재융합학부' 신설 행사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인공지능(AI)에 생각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이창호 9단과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6일 바둑과 AI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이날 UNIST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에 참석했다.
이들은 사전 기자 간담회에서 AI가 바둑계와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노력과 생각의 주도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창호 9단은 "AI로 생각지 못한 새로운 발상이 생겼기 때문에 바둑은 더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AI에 이기긴 힘들더라도 격차를 최대한 줄여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공부하는 후배 기사들에 대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자기 스타일을 어느 정도 만들어간 상태에서 AI를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세돌 특임교수는 "AI를 이용하는 건 정말 쉽지만, 이용에 그치지 않고 활용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 같지는 않다"고 전제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선에서 AI를 잘 활용해 나간다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인간만이 가지는 가치는 변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욱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토크 콘서트에서는 서로 간 대결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이 언급됐다.
이세돌 특임교수는 "대국에서 어떤 수를 딱 뒀는데 이창호 9단이 '휴, 잡으러 오는 줄 알았네'라고 말해 어린 마음에 '이창호 9단도 이런 속마음을 실제로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 기억이 지금도 굉장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은 이 교수에 대해 "바둑 스타일이 파괴력과 전투력도 너무 강하다고 느껴서 두면서도 뭔가 짜릿짜릿함과 스릴이 있었다"며 "즐거움과 두려움을 같이 느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 당시 기억도 소환됐다.
이세돌 특임교수는 "2·3국에서 정상적으로는 이기기 힘들고, 극초반에 승부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승리한) 4국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다"며 "많은 분의 응원 속에서 운이 따라서 승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은 "사실 그때 그 장소에 가서 관전했었다. 축제 분위기로 구경을 간 거였는데 1국을 지는 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몇 개월 지나고 난 후 (AI와) 몇수를 둬봤는데 50수, 100수를 못 뒀다.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힘든 상황에서 1승을 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AI를 따라해 승률이 가장 높은 바둑을 추구할 것인지,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바둑을 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이세돌 특임교수는 "AI를 통해 배워야 할 건 배워야겠지만, 무턱대고 AI가 두는 대로 그대로 따라 두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생각의 주도권을 AI에 뺏기면 안 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호 9단도 "AI처럼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공감이 되면 그렇게 두면 되는 것이고, 본인이 굳이 느껴지지 않는데 (AI가 두는 대로) 그냥 따라 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크 콘서트는 UNIST의 GRIT인재융합학부 신설과 연계해 교육 방향과 인재상을 소개하기 위한 시리즈형 공개 프로그램인 'UNIST 오픈 스테이지(Open Stage)'의 첫 번째 무대로 마련됐다.
GRIT인재융합학부는 학생이 전공과 교육 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미래형 교육 모델로, 입학생은 학과를 고르는 대신 연구 질문과 관심 분야, 진로 목표를 토대로 학업 경로를 짠다.
UNIST는 이번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GRIT인재융합학부의 교육 방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릴 예정이다. 이달 말에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UNIST 특임교수를 초청한다.
이후에도 과학기술, 예술, 창작 분야 인사를 초청해 AI 시대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상을 시민과 학생에게 소개한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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