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닷새간의 전면 파업 이후 준법투쟁에 들어가면서 생산 일정과 공급 안정성에 미칠 영향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면 파업을 진행한 뒤 6일 현장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전면적인 가동 중단 우려는 낮아졌지만, 노조가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어 생산 일정 조정 부담은 남아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 특성상 추가 근무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납기 대응과 지연 공정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을 대신 개발, 생산해주는 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CDMO라고 부른다. 회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1~5공장과 미국 록빌 공장을 포함해 글로벌 생산능력 84만5000L를 확보했다. 회사는 2026년 1분기 매출 1조2570억원, 영업이익 5810억원을 기록했으며, 누적 수주액은 214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도 관심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를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피해액은 생산 차질 범위와 대체 인력 투입, 향후 일정 조정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확정 손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CDMO 시장, 설비보다 공급 안정성 경쟁으로
최근 보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이슈가 생산 안정성과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유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조 이슈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 지연이 고객사 계약 이행과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다변화 우려로 이어져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헬스케어 컨설팅, CRO 기업 Alira Health는 2026년 4월 16일 공개한 '2026 Biologics CDMO Public Market Update'에서 이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시장이 단순한 설비 확대 보다는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지, 신뢰성, 상업 공급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lira Health는 30개국 이상에서 450개 이상 고객사를 자문한 헬스케어, 생명과학 자문회사로, 제약, 바이오 기업의 전략과 CDMO 선정, 거래 자문 등을 지원하고 있다.
CDMO 사업에서는 공장을 크게 짓는 것만큼 정해진 일정에 맞춰 생산하고 납품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약품 공급 안정성, 품질관리, 규제 대응, 생산 일정 준수가 장기 계약과 추가 물량 배분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일정 관리와 납기 대응 여부도 개별 기업을 넘어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에 대한 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재 특정 의약품 공급 차질이나 고객사 이탈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실제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기보다 생산 일정 관리와 고객사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변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생물의약품 제조에서 출발물질과 제조공정의 변동성이 품질 일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특별한 제조관리와 공정 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항암, 면역질환 치료제군 영향권 주목
현재 특정 의약품의 공급 차질이 확인된 것은 아니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사별 생산 품목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어 특정 제품명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개된 계약 기준으로는 항암 항체의약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 염증, 면역질환 분야 바이오시밀러 등이 주요 생산 영역에 포함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사 BMS와 상업용 항암 항체의약품 원료의약품 대량 생산 계약을 확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는 항암, 염증, 면역질환 영역의 다품목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생산하는 전략적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제약사 GSK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계약이 루푸스 치료제 벤리스타 생산을 초기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준법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특정 제품의 즉각적인 품절보다 글로벌 고객사의 생산 일정과 납기 관리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항체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는 대량 배양과 품질검사, 규제 문서 관리가 함께 요구돼 생산 일정 변동에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된다.
미 국립 학술원 계열 보고서도 제조 차질 리스크 지적
보고서와 학계 자료도 의약품 공급망에서 제조 차질이 갖는 의미를 뒷받침한다. 미국 국립학술원 계열 보고서는 의약품 공급 차질의 주요 원인으로 수요 급증, 생산능력 감소, 조정 실패를 제시했고, 평시 공급망 차질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제조 품질 문제를 지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의약품 부족의 구조적 원인으로 제조 품질 투자 유인 부족, 공급망 복잡화, 규제, 물류 회복 지연 등을 제시했다.
바이오의약품 제조는 원부자재와 인력, 품질관리 체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2026년 백신 제조 공급망 시뮬레이션 연구는 품질보증, 품질관리 인력이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고, 원부자재 조달 지연이 장기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KPMG도 바이오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단일클론항체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변수, 생산능력 확보 경쟁이 공급망 전략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준법투쟁이 실제 생산 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다. 현재로서는 특정 의약품의 공급 차질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규모와 글로벌 고객사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장기화 여부는 납기 신뢰도와 고객 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 전체로 보면 단기 매출 손실보다 한국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에 대한 신뢰도 관리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뉴스 손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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