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반대로 치솟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중동전쟁 장기화 여부가 국내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1970년대식 오일쇼크 수준의 충격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분위기다.
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21.9% 급등하며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은행이 중요하게 보는 근원물가는 2.2% 수준으로 목표치인 2%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당장 긴축으로 전환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보다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 이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이었던 만큼 상황이 안정되면 유가도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 압력이 약해지고 셰일오일 확대와 유정 재가동 등 대체 공급 여력도 존재한다”며 “사태가 진정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주문했다.
강 교수는 “1970년대 중동전쟁 당시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던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태 역시 장기화되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생활물가뿐 아니라 근원물가까지 자극해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2% 후반대나 3%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에너지 전략 전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 같은 단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그린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석유류 가격 상승이 최근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3월부터 본격화된 석유류 가격 상승이 4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이라며 “최고가격제를 통해 상승 압력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휘발유와 경유 비중 영향이 크다”며 “민생물가TF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품목 점검과 할인 행사, 업계 협조 요청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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