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광주 도심에서 20대 남성이 귀가 중이던 여고생을 이유 없이 살해하고 또 다른 남고생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피의자와 피해자 간 아무런 접점이 없는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가 매년 40여건씩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사후 대응을 넘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와 조기 개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체포된 장모(24)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오는 7일 또는 8일에 심의할 계획이다.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중 신청할 예정이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7일께 열릴 전망이다.
앞서 장씨는 전날 오전 12시 10분께 광산구 한 고등학교 앞 인도에서 고등학생 A양을 흉기로 공격해 숨지게 하고 현장을 지나던 B군에게도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전형적인 ‘이상동기 범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장씨는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사전에 준비하고 지리에 익숙한 자택 인근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특정한 대상이나 조건을 미리 정해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당시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중이었으며 가해자와는 물론 서로 간에도 아무런 연관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거 직후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 고민하다 범행을 결심했다”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숨진 A양은 응급구조사를 꿈꾸며 늦은 시간까지 학업에 매진하다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B군은 여성의 비명을 듣고 현장에 다가갔다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이상동기 범죄를 주요 강력범죄 유형으로 규정하고 대응하고 있음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해마다 반복되며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는 집계가 시작된 이후 △2023년 46건 △2024년 42건 △지난해 39건 등 매년 40건 안팎으로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상동기 범죄 가운데 살인·살인미수 비중이 35.4%에 이르는 등 다른 유형에 비해 치명성이 높은 수준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는 서울 신림역·성남 서현역 흉기 난동(2023년), 전남 순천 10대 여성 피습 사건(2024년), 서울 미아동 마트 살인 사건(2025년) 등 일상을 위협하는 강력 사건이 잇따르며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발표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연구’를 보면 이상동기 범죄는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거나 특정하기 어렵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대립 관계가 없는 비면식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특별한 이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폭력이 행사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범죄와 구별된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치정이나 원한관계 등을 가지고 특정인을 상대로 보복형 범죄를 저지른 전통적 사건과 달리 특정인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되기도 한다”며 “거기에 제한되지 않고 평소 가지고 있던 사회나 현실에 대한 불만감, 혐오감 등으로 확대돼 과잉 분노 상태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범행 대상이 불특정 다수에 열려 있고 일정한 패턴이 없어 사전에 위험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방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법무부와 경찰청은 전자발찌 부착자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관리·감독과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 피의자 장씨처럼 기존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의 돌발 범행은 사전에 차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 다수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 속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024년 경찰대학의 학술지 ‘경찰학연구’에 게재된 ‘이상 동기 범죄의 최근 실태 및 하위유형 분류’ 논문을 살펴보면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 186명 가운데 무직자나 비정규직이 142명으로 전체의 76.3%를 차지했다. 또한 범행 당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경우가 61명(32.6%),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도 59명(31.7%)이었다.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이정덕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특정한 원한 관계 없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 범행”이라며 “가해자가 전과가 없는 등 사전에 위험 신호를 포착하기 어려워 수사기관의 선제적 차단에 한계가 있었던 사례”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나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사회적으로 연결하고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실태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한편, 초·중·고 및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1차적으로 위험 징후를 확인해야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이후 재범 방지를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추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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