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과거 냉전 시대의 이념 대결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둘러싼 첨단 기술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략산업의 핵심 기지인 경기도를 비롯한 한국이 유연하고 복합적인 ‘헤징(Hedging·위험 분산)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경기연구원은 6일 그래비티 조선 서울 판교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 석학인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석좌교수를 초청해 ‘미중 관계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강성천 경기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날 미중 관계는 단순한 외교 현안을 넘어 공급망과 기술, 산업, 안보를 동시에 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기도의 핵심 축인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전략산업 역시 이러한 글로벌 질서 변화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지역경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고 세계 질서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지방정부의 정책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동향과 지역 정책을 연계하는 연구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역설했다.
이날 기조 강연에 나선 옌쉐퉁 교수는 앞으로 10년의 국제 질서가 명확한 주도국이 없는 ‘G0 질서’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의 미중 경쟁은 과거 자유주의와 공산주의가 맞붙던 이념 대결이나 대리전이 아니라 AI와 데이터, 반도체를 중심에 둔 기술 경쟁”이라며 “양국 모두가 외부 의존을 끊고 자국 중심의 기술·데이터 내부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옌 교수는 세계 경제와 첨단기술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했음을 짚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점차 친미, 친중, 또는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헤징 국가로 분화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안보(미국)와 경제(중국)가 다르게 얽힌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거센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진 좌담회에서는 강성천 원장이 좌장을 맡고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 최종건 연세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단순한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되며 상황별 전략 조합을 통해 외교·경제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경기연구원은 앞으로도 AI, 공급망, 세계 경제 질서 등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한 정책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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