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국내 배터리 3사는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미국 시장 둔화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EV) 판매 부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244.6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15.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 완성차 판매 둔화 직격탄…국내 배터리 3사 실적 양극화 심화
업체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3.7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6% 성장했다. 반면 SK온은 9.0GWh로 10.4% 감소했고 삼성SDI는 5.3GWh로 27.7% 줄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28.4% 감소한 데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둔화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가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축소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1위 CATL은 올해 1분기 배터리 총 탑재량 99.5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2%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은 40.7%로 2.2%P 확대됐다. 지커(ZEEKR), 세레스(SERES), 리오토(Li Auto), 니오(NIO) 등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확대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세레스는 전기차 라인업 아이토(AITO) 판매 증가 영향으로 배터리 탑재량이 크게 늘었다. 리오토와 니오도 신규 전기차 모델 효과가 반영되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CATL은 중국 시장을 넘어 기아, 토요타, 스코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공급을 확대하며 고객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BYD는 33.5GWh로 글로벌 2위를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했다. 중국 내수 판매 둔화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샤오미와 BYD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팡청바오 등 일부 신규 브랜드 판매 확대가 감소 폭을 일부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삼성SDI는 BMW·아우디·리비안 등을 중심으로 배터리를 공급했지만 주요 고객사들의 전기차 판매 둔화 영향으로 전체 탑재량이 감소했다. BMW는 i4·i5·i7·iX 등 주요 전동화 모델 판매가 부진했고 아우디 역시 Q6 e-트론 출시에도 기대만큼의 판매 확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리비안과 지프 역시 미국 전기차 판매 감소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현대차그룹·메르세데스-벤츠·포드·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 판매 호조와 아이오닉 9 출시 효과로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했고 폭스바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 판매 감소까지 맞물리며 SK온 배터리 사용량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쉐보레·기아·폭스바겐 등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YL(롱바디) 판매 증가가 배터리 사용량 확대를 이끌었다. 기아 역시 EV4 출시와 일부 차종 판매 증가 효과가 반영됐다. 르노와 스코다의 전기차 판매 증가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 ESS·데이터센터 인프라 등…K-배터리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업계에서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북미 시장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유럽과 중국 외 아시아, 신흥 시장 중심으로 수요가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수익성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고객사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배터리 사용량은 증가했음에도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주요 고객사 판매 부진 영향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배터리 백업 유닛 등 비전기차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수요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NE리서치는 "올해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계 업체의 지배력 확대와 국내 업체의 수익성 부담이 동시에 나타난 시기였다"며 "향후 경쟁력은 단순 생산능력 확대보다 지역·고객·제품 믹스 다변화와 전기차 외 신규 수요처 확보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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