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한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K뷰티와 K푸드 등 한국 소비재 시장 진출 전략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덤 확대가 확인된 만큼 이제는 어떤 품목을 앞세우고 어느 나라를 거점으로 삼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5일 발표된 한·아프리카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한류 동호회원 수는 6.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에서는 증가 배율이 가장 높았으며, 중미, 카리브, 대양주와 유라시아 지역보다 빠른 확산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한류 확산이 콘텐츠 소비를 넘어 한국산 소비재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K뷰티와 K푸드를 중심으로 수출을 다변화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
현재 한국은 아프리카 45개국에 K컬처 연관 소비재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뷰티 제품은 41개국으로 가장 넓은 수출망을 형성하고 있다. 식품은 35개국, 생활용품은 34개국, 패션은 28개국에 수출되고 있어 품목별로 진출 단계에 차이가 난다.
특히 뷰티 제품 수출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3퍼센트 증가하며 4대 소비재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는 이를 한류 콘텐츠 확산과 국가 이미지 개선이 브랜드 인지도와 구매로 이어진 사례로 보고 있다.
흑인 피부 맞춤 K뷰티, 할랄과 소포장 K푸드가 변수
K뷰티가 아프리카 소비자에게 어필한 지점도 분명하다. 기존 제품에서 문제가 됐던 백탁 현상을 줄인 선크림과 어두운 피부 톤을 겨냥한 여러 단계의 쿠션 파운데이션 등 스킨케어 중심 제품이 흑인 피부에 맞게 조정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장품 ODM 기업 관계자는 "흑인 피부에 맞게 백탁을 줄인 선크림과 어두운 피부 톤을 겨냥한 쿠션 파운데이션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이 나오면서 K뷰티에 대한 호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 유래 성분과 합리적인 가격, SNS와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확산된 관리 중심 뷰티 루틴도 케냐와 나이지리아 등 젊은 소비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K푸드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케냐, 이집트, 모로코 등을 중심으로 라면과 김치와 스낵 수출이 늘어나면서 아프리카 전체 K푸드 수출이 최근 몇 년 사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면과 김치 수출은 일부 국가에서 수십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 패턴도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라면 업체들은 매운맛을 유지하면서 할랄 인증과 컵라면, 소포장 제품을 앞세워 남아공과 나이지리아와 케냐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입점하며 무슬림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김치와 장류 업체들은 김치와 양념, 간편식을 묶은 한 끼 한식 세트 구성을 통해 이집트와 케냐와 모로코 등지에서 프리미엄 수요를 노리고, 치킨과 스낵 브랜드는 현지 양념과 사이드 메뉴를 접목해 낯설지 않은 K푸드 이미지를 키우는 방식이다.
아프리카 시장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도 K소비재 진출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 젊은 소비층 확대를 바탕으로 향후 소비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까지 약 25억명으로 늘고 전체 인구의 60퍼센트가 25세 미만인 청년층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계 소비 역시 2030년까지 연평균 8.5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중산층 확대와 함께 뷰티와 식품과 패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류에 대한 호감이 장기적인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유통망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보고서는 한류 콘텐츠와 K팝 팬덤이 만들어낸 수요를 흡수하려면 국가별 소득 수준과 취향, 가격 민감도, 유통 구조, 결제 방식, 인증 제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선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뷰티 제품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을 넓힌 뒤 식품, 패션, 생활용품으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케냐, 모로코처럼 소비가 많은 나라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 판매창구를 넓히고, 수에즈운하를 끼고 유럽과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이집트와 서아프리카 물류 허브인 세네갈은 물류와 공급망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삼는 등 나라별로 맡는 역할을 나눠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폴리뉴스 손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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