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한국예탁결제원의 '토큰증권 플랫폼 운영 구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이 본격적인 제도권 인프라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겉으로 보면 금융 IT 시스템 구축 사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와 연결되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단순한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넘어, 기존 증권시장 체계를 디지털 자산 기반으로 확장하는 실질적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관리하는 구조다. 기존 주식이나 채권처럼 권리와 소유 구조를 인정받으면서도 거래와 관리 방식은 디지털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IP), 인프라 자산 등 기존에는 유동성이 낮았던 자산을 작은 단위로 나눠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혁신 분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히 '블록체인을 도입했다'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기존 전자증권 계좌 체계와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를 실제로 연결하는 운영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기대감에 비해 실제 사업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도 정비와 법적 기반 논의가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거래·운영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방향이 다르다.
삼성SDS는 2024년 기능분석 컨설팅, 2025년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실제 운영 시스템 구축까지 맡게 됐다. 이는 단순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시장 운영을 전제로 한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27년 2월 구축 완료 목표 역시 상징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국내 토큰증권 제도화 일정과 맞물린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자산 토큰화(Tokenization)를 핵심 변화 축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는 채권·펀드·부동산·탄소배출권까지 디지털 자산 형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순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중앙 인프라'다. 발행량과 권리 관계, 거래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편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예탁결제원의 플랫폼 구축은 단순한 신규 서비스가 아니라, 향후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중앙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총량관리시스템'이다.
토큰증권 시장의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발행량과 거래 흐름을 얼마나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다. 디지털 자산은 거래 속도가 빠르고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발행·유통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신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삼성SDS는 이번 사업을 통해 토큰증권의 발행량과 유통 규모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쉽게 말하면 시장 전체의 거래 흐름과 권리 구조를 중앙에서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단순 운영 기능을 넘어 향후 제도권 금융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핵심 장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특히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기술인데 왜 중앙 관리가 중요하냐"는 질문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중앙 검증 체계가 존재해야 기관투자자와 금융회사 참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이번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의 자유로운 거래 구조와 기존 금융시장의 안정성 요구를 동시에 맞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계열 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 입장에서도 이번 사업은 단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삼성SDS는 클라우드·생성형 AI·물류 플랫폼과 함께 블록체인을 미래 성장축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 디지털 전환 시장에서는 안정성과 대규모 시스템 운영 경험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한국예탁결제원 사업은 단순한 구축 프로젝트를 넘어 '국가 금융 인프라급 디지털 자산 플랫폼' 구축 경험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토큰증권 시장은 향후 은행·증권·보험·부동산·콘텐츠 산업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 증권 거래를 넘어 디지털 자산 관리 체계 전체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구축하게 될 게이트웨이 시스템, 블록체인 노드 운영 체계, 분산원장 인프라 역시 단순 기술 요소가 아니라 미래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기반 기술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삼성SDS가 단순 시스템통합(SI) 기업을 넘어, 디지털 자산 시대의 핵심 인프라 사업자로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업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수준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기존 중앙화 금융 구조와 디지털 자산 체계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지 보여주는 첫 대형 실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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