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고 김창민 감독 폭행 사망 사건이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으로 번졌다. 사건 현장에 동석했던 조모씨가 스스로 “조폭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조씨가 배우 유아인 마약 사건에 언급된 마약 유통책 김모씨와 함께 ‘구리단지파’ 조직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고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다. 이어 11월7일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뒤 사건을 불구속 송치했다. 유족 측은 초동대응부터 처벌 과정까지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부실 수사”
유족 분통
핵심은 가해자 일행의 정체다. 유튜버 카라큘라가 “일행 세 명 중 조직폭력배 활동을 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현장에 동석한 조모씨가 “제가 활동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후 유족 측은 공개 사과 방식 자체가 2차 가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연루 여부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진은 앞서 2024년 배우 유아인 마약 사건의 ‘상선’ 추적을 통해 구리단지파 조직원 김씨가 텔레그램 ‘니코시채널’을 통해 필로폰 유통에 가담한 정황을 보도했다. 전주 출신 1995년생 김씨는 조씨와 함께 경기도 구리시에서 활동한 ‘구리단지파’ 조직원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조씨와 김씨가 같은 조직에서 활동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24년 텔레그램 기반 마약 유통 조직에 가담해 이른바 ‘드랍퍼’ 역할을 수행한 김씨에 대해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필로폰 300g을 운반한 정황과 함께 휴대전화·PC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까지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같은 해 4월27일 충남 천안시 천안대로 인근 산책로 수로 부근에서 텔레그램 니코시채널을 운영하는 ‘마약 상선’ H씨의 지시를 받고 땅속에 숨겨진 필로폰 300g을 수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해당 필로폰이 판매 목적이었던 것으로 의심했다.
확보된 수사보고서 및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따르면 전북경찰청은 지난 2024년 5월21일 경기 구리시 경춘로 200 소재 건물 902호에서 피의자 김씨와 측근을 상대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김씨의 신체와 소지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고, 이후 남양주시 소재 김씨의 주거지까지 추가 수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앞서 붙잡힌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00g 중 100g을 빼돌려 판매하지 않고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록에는 김씨의 전과 내용도 포함됐다. 김씨는 지난 2019년 2월 의정부지검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 외 범죄경력이 총 14건이나 있는 중범죄자에 해당한다.
폭행 가해자 알고 보니 조직원?
동석자 조모씨 과거 마약 사건
경찰은 주거지에서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PC 본체, 노트북 등을 확보한 뒤 “범죄 사실과 연관된 전자정보 존재 여부 확인을 위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전자기기를 반출했다고 기재했다.
영장에는 압수 대상 물품으로 휴대전화, PC, 태블릿 등에 저장된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텔레그램·트위터·인스타그램 대화 내용, 메모장, 사진첩, 동영상 자료 등이 포함됐다. 또 마약 매매 관련 장부와 범죄수익금, 가상화폐 자료까지 압수 대상으로 적시됐다.
수사기관은 김씨를 핵심 피의자로 특정했다. 체포영장에 따르면 김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텔레그램 마약류 판매채널 ‘니코시채널’에 접속해 판매책과 공모한 뒤 운반책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경찰은 김씨가 필로폰을 독자적으로 판매하려 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압수수색검증영장 신청서에는 “피의자가 판매책과의 약속을 어기고 수거한 필로폰 상당량을 은닉한 채 잠적한 형태를 보면, 범죄수익을 독식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이미 또 다른 마약 판매조직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필로폰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하며 추가 공범 및 범죄수익 추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련 통장과 가상화폐 자료까지 압수 대상으로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찰은 텔레그램 마약 사건 특성상 투약과 판매가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소변과 모발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영장 신청서에는 “현재까지 검거된 다수 피의자들이 마약 매매 후 투약 사실까지 자백했고, 주거지에서 투약 도구가 발견된 사례가 많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은 김씨가 사건 당일 판매책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 점 등을 근거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벗어나 불상지에 거주 중일 가능성이 높다”며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2개월로 설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측근에 따르면 “김씨는 고 김창민 감독 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조씨를 선배라고 불렀다. 조씨가 김씨에게 ‘마약수사대가 구리단지파 사무실 근처에 잠복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라며 “구리단지파 사무실 건물주가 먼저 경찰이 잠복하고 있다는 것을 조씨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보면 해당 지역 경찰들이 마치 구리단지파를 보호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약 파는
MZ 조폭들
당시 김씨와 같은 조직원인 조씨는 마약 사건에서 경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김 감독 폭행사건 피의자들을 구속하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넘겨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다.
현재까지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한 마약 상선은 양은이파 출신 H씨로 알려졌다. 상선은 보안 유지를 주력으로 삼는 ‘니코시’ 등 마약 판매 채널을 개설해 김씨와 같은 ‘드라퍼’(운반책)를 모집하고, 필로폰 등을 산속에 숨겨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제로 2024년 4월 구리단지파 조직원 김씨와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은 ‘니코시’에서 H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300g(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유통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김씨와 조씨가 속한 구리단지파의 우두머리들은 전북 전주에서 활동한 ‘월드컵파’ 출신 40~50대들로 구성됐다. 구리단지파 부두목 이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김씨가)전주에 친구 4명을 데리고 올라와 열심히 활동하는 야무진 친구”라며 “요즘 누가 식구 생활(조폭 활동)하려고 뛰어들겠나. 사고는 치고 다녀도 마약 팔았다는 얘긴 처음 듣는다. 조폭이 마약 팔았다고 하면 이 바닥에서 끝인데…”라고 잘라 말했다.
구리단지파 부두목의 주장과 달리 김씨의 마약 유통 혐의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밖에 김씨는 H씨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마약을 수거한 뒤 은밀한 장소에 다시 숨기는 역할도 했고, 그 대가로 건당 일정액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지인들로 구성된 판매책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매수자들에게 마약류를 판매하기로 공모했다. 통상 100g당 1000만~2000만원의 수익금을 상선으로부터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김씨의 범죄 혐의를 특정한 근거는 니코시 마약 채널 운영자들의 증언도 뒷받침됐다. 회원 수 2만여명을 보유한 니코시 채널은 마약 구매, 운반책 모집 등에 이용된 곳으로 국내 마약 산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필로폰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범죄자들도 수출 과정에서 니코시 채널을 광고 매체로 악용한다.
필리핀 외국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제보자는 “필리핀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니코시채널)”이라며 취재진에 해당 채널을 처음 소개했다. 니코시 채널의 운영자는 당초 10여명 정도였으나, 절반 이상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된 운영진들은 조사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김씨를 비롯한 드라퍼들의 신상 정보를 경찰에 넘긴 것이다.
유아인 사건
재조명 왜?
상선 H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한 제보자는 “원래 H는 조양은의 총애를 받던 양은이파 식구”라며 “마약 밀수 혐의가 있는 조양은과 깊게 연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은이파에서 파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H씨는 이태원에 동성애자 등 연예인들과 어울렸고, 유아인과 만나 함께 마약을 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하는 H는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마약 유통업자들에게 수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과거 마약 유통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뒤 최근에는 경찰에 적발된 바 없다. 자신은 마약을 투약하지 않을뿐더러 양은이파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약 조직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H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태원에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팔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사는 일반인으로 보인다는 게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H와 연인 관계였던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H는 박왕열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마약왕이라고 주장했다”며 “마약 도매업자들 사이서 H와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마약 판매를 수치스럽게 생각한 조폭들이 경제력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대놓고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에게 마약을 팔았다고 광고하는 H를 비롯한 상선들이 조폭들의 자금줄로 변모한 셈이다.
한편, 김 감독 사망 사건 피의자들이 ‘(김 감독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무차별 폭행했다’는 취지로 나눈 통화 녹음을 검찰이 확보했다. 앞서 피의자 이모씨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3대만 때렸을 뿐이지, 의식을 잃을 줄 몰랐다”고 한 발언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전담수사팀은 이 통화 녹음을 바탕으로 피의자들이 폭행 당시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던 걸로 보고, 지난 3월2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반복적이고 강한 외력에 의해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는 법의학 감정 결과도 구속영장 청구의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산에 묻은 필로폰 300g 꿀꺽
경기 북부권 유통 조직원 증언
피해자 김 감독은 40세 남성으로 2025년 10월20일 새벽, 발달장애(자폐가 있는) 아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 그러다가 식사 도중 오전 1시 10분경 가해자 일행이 먼저 낸 소음 등 문제로 김 감독이 조용히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테이블에 있던 이씨를 비롯한 일당들과 결국 시비가 붙었고, 사각지대로 끌고 가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주먹으로 가격을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뇌출혈 증세가 확인됐다.
김 감독을 직접 폭행한 이씨는 앞서 기각된 2차 구속영장에 첨부된 범죄사실에 ‘김 감독을 주먹으로 10여차례 폭행하고 쓰러진 김 감독의 얼굴을 발로 10여차례 짓밟거나 걷어찼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추가 입건된 이씨의 일행 A씨는 식당 내부에서 김 감독에게 헤드락을 걸었던 인물로, 식당 밖 폭행사건 발생 당시 김 감독의 옷을 잡고 끌고 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기록과 김 감독의 의료기록을 살펴본 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김 감독의 아들의 진술과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이씨의 일행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피의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압수한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거쳐 지난 3월24일 피의자 2명에 대한 피의자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전피의자심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구속전피의자심문에서 피의자들의 혐의 상당성과 구속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며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김 감독이 폭행 뒤 병원 이송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고, 현장 대응과 수사 판단 전반이 미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검찰 전담 조사팀이 꾸려진 만큼, 단순 상해치사 사건이 아니라 조직폭력배 연루 사건으로 재구성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전담팀
재점검 나서
유족 측은 “가해자들이 조폭 출신이라는 말이 공개적으로 나왔는데도 왜 경찰 수사에서는 이 부분이 핵심으로 다뤄지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김창민 감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이 누구와 연결돼있었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 사건의 본질은 한 식당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넘어섰다. 유아인 마약 유통 조직원과 같은 구리 폭력조직 계열 인물이 현장에 있었고,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까지 제기된 이상, 수사의 초점은 ‘누가 때렸나’에서 ‘왜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나’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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