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 손 붙잡고 극장가기 딱 좋은 시기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미국 3D CG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일루미네이션과 일본 게임 회사 닌텐도가 공동 제작한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극장가를 장악, 하루 28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5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지난 1일 '사랑의 하츄핑 특별판' '극장판 반짝반짝 달님이: 싱어롱 파티'를 시작으로 '로빈슨 크루소' '신극장판 은혼: 요시와라 대염상' '극장판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극장판 호빵맨: 세균맨과 그림책의 루룬' '카드캡터 체리 극장판'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5월이 가정의 달인만큼, 어른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여러 편의 극장 애니메이션이 대기 중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 특별판' '극장판 반짝반짝 달님이: 싱어롱 파티' 등 국산 애니메이션 성적이 저조한 것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해마다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이 각광 받고 있는 상황, 한국판 애니가 항상 외면 받고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은 황선미 작가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2011년 7월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오성윤 감독)이다. 삶과 죽음, 입양 문제, 자유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 이야기로, 전 연령층을 사로잡으며 222만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등 톱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012년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3D'가 105만 관객을 동원한 것을 제외 하고 해마다 극장에 걸린 한국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50만 관객을 겨우 넘거나, 넘지 못하는 등 흥행하지 못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역사는 5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1월, 대한극장에서 개봉한 '홍길동'(신동헌 감독)이 첫 극장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신동헌 감독 동생 신동우 화백이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한 '풍운아 홍길동'를 원작으로, 1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 재료 자체를 구하기 어려 웠고, 제작비도 턱없이 부족해 미군이 폐기한 필름을 재사용 등 악조건 속에서 영화를 완성 했다고 알려졌다. 이 작품은 서울에서만 수십만 관객을 동원,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 애니메이션은 제작비 문제 등으로 TV 광고에서나 짤막하게 맛 볼 수 있었다. 그러다 1960년대 초반, 2~3분짜리 극장용 애니메이션 CF가 여럿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제약 회사 광고로, 극장 영화 중간 쉬는 시간에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진로소주 CF가 유명했다. 지금까지도 당시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해당 CF 제작은 훗날 '홍길동' 감독인 신동헌이 맡았었다.
비슷한 시기 '걸리버여행기'(1939년작) '아라비안 나이트'(1959년작), '신데렐라 공주'(1950년작) 등 미국 애니메이션들이 본격적으로 수입, 국내 유명 극장에서 상영 됐다. 관객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림체와 생생한 움직임 등 '신세계'를 경험했다.
미국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휩쓸자 국내 만화계는 큰 자극을 받았고, 그때부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첫 극장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홍길동'은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졌지만 '흥행'에 성공, 해당 산업에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작사와 감독간 갈등 등 구조적인 문제가 벌어지면서 발전이 더뎠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초적 기술이 미흡한 단계에서 '흥행'에만 집착, 수준 미달의 작품만 생산 됐다.
관객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해외 애니와의 수준 차이를 분명히 느꼈고, 자연스레 한국 애니메이션을 향한 관심이 떨어졌다.
그리고 59년 후,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만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OTT 채널 넷플릭스에서 공개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K팝과 K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이른바 '대박'을 치면서 괜스레 우리 모두가 뿌듯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에서 제작하고 배급한 애니메이션이다. 스토리를 떠나 생동감 넘치는 작품 전체에서 '질'적인 우수함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2008년 발굴, 복원했다. 이 작품은 원본 필름이 유실되어 문서상 기록으로만 남아 있었다. 영상자료원은 애니메이션 연구자 김준양(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조교수)씨를 통해 필름이 일본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16㎜ 판본을 입수했다. 이후 2016년 4K 해상도로 디지털화 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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