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운항 비용 증가에 더해 항공기 리스 계약 종료 시 발생하는 ‘반납 정비 비용’까지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비용 구조에 따른 재무 압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리스 만기 때 비용 몰린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들은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기보다 리스로 도입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해 왔다. 그 결과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기단은 대부분 리스 항공기로 구성돼 있다.
리스는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계약이 끝날 때 항공기를 일정 기준에 맞춰 되돌려줘야 한다. 엔진 상태, 기체 마모도, 정비 이력 등이 계약 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항공사가 직접 정비를 하거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항공기 1대당 반납 정비 비용이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1000만달러 이상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반납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리스 항공기는 반납 시점에 맞춰 큰 규모의 정비가 필요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리스 만기가 겹치면 특정 시기에 비용이 한꺼번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리스는 필요해서 쓰는 구조지만, 계약상 정해진 돈을 계속 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무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예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금 여력이 부족한 LCC에는 ‘예고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 운항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재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래 정비 비용까지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비용 구조에 기단 운용 방식 변화
대형항공사(FSC)는 자산 규모가 크고 자금 조달 수단이 다양해 리스 반납 비용을 분산해 대응할 수 있다. 반면 LCC는 실적 변동성이 크고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반납 비용이 발생하는 시점에 부담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항공사들도 비슷한 구조를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주요 LCC들은 항공기 반납·정비에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미리 계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이런 반납·정비 비용과 리스 관련 부담을 합치면 수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는 1년 안에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단기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 비용은 시점을 미루기 어려운 지출이라 상황이 어려워도 반드시 집행해야 한다”며 “투자나 노선 확대는 조정할 수 있지만 정비는 미룰 수 없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저비용항공사 중에서는 리스 매각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구매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리스 계약이 만료된 B737-800 항공기 2대를 반납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 42대 중 약 67%인 28대가 리스 항공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구매기는 리스기와 달리 계약 종료 시 항공기 반납을 위한 대규모 원상복구 정비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향후 발생할 정비 비용에 대비해 설정된 정비충당부채도 완화할 수 있다”면서 “매각과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운영도 가능해 유동성 확보와 전략적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정비비 상승에 고비용 구조 고착
최근 항공기 정비비용 상승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품 공급 지연과 정비 인력 부족, 글로벌 정비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정비 단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리스 계약 당시 예상한 반납 정비 비용보다 늘어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부담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CNBC 등 미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저비용항공사 스피릿항공은 지난 2일 영업 종료를 발표했다. 유가 상승과 자금난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업계에서는 저비용항공사 특유의 비용 구조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스료나 정비비 같은 고정 비용은 계속 지출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이 나빠질수록 항공사의 부담은 더 크게 체감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저비용항공사의 고비용 구조가 부각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저비용항공사 간 통합 속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고유가 등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높은 리스 비중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 맞다”며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통합이 조기에 진행되면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기간에 결정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결국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항공사 비용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공사의 현금 흐름을 압박하는 요인은 유가나 환율 같은 외부 변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적과 달리 현금이 남지 않는 구조의 배경에는 리스 반납 비용과 같은 구조적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스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항공사의 재무 안정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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