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파트너스 간 경영협력계약의 실체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다시 한 번 계약서 공개 필요성을 인정했다.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체결된 ‘콜옵션 계약’이 영풍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했는지를 둘러싼 의혹 규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25-2민사부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서울중앙지법의 문서제출명령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즉시항고를 지난달 28일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KZ정밀이 신청한 경영협력계약 문서제출명령을 받아들인 바 있는데, 항고심에서도 해당 결정의 적법성이 재확인된 셈이다.
쟁점이 된 계약은 지난해 9월 영풍, 장 고문, MBK파트너스 측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 간 체결된 ‘경영협력에 관한 기본계약’과 후속 계약서 일체다. KZ정밀은 장 고문과 영풍 이사들을 상대로 약 9천30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영풍과 특수관계인이 계약에 따라 각종 의무를 부담하면서 영풍에 손해가 발생하는지 여부와 그 범위는 본안소송에서 면밀히 판단돼야 할 사안”이라며 “이를 위해 계약서를 증거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1심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공개매수신고서 등에 공시된 내용만으로는 계약의 핵심 조건이 모두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시 내용은 주요사항을 요약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콜옵션의 구체적 행사 조건과 방식 등이 모두 밝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아직 공시되지 않은 내용에 따라 영풍 손해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계약서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차별적 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며 KZ정밀 측의 문서 제출 요구가 주주로서 정당한 감시권 행사라는 점도 인정했다.
해당 계약에는 영풍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동의 아래 행사하도록 하고, MBK 측 추천 이사가 영풍 추천 이사보다 1명 더 많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MBK 측이 영풍 보유 지분에 대해 콜옵션과 우선매수권, 공동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KZ정밀 측은 “항고심 재판부 역시 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했다”며 “고려아연 주식이 어떤 조건으로 MBK 측에 이전될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 그 과정에서 일반 주주 이익이 훼손됐는지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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