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헌법에 ‘두 국가’ 못 박았다…통일 지우고 영토조항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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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헌법에 ‘두 국가’ 못 박았다…통일 지우고 영토조항 신설

이데일리 2026-05-06 14:13: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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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두 국가론’을 헌법 차원에서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전면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토조항을 처음으로 신설해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하는 흐름을 명문화하는 한편, 대남·통일 관련 표현과 사회주의 색채를 대거 걷어내며 이른바 ‘정상국가화’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시에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핵 통제권은 대폭 강화해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헌법적으로 완성하려는 의도도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대상 전문가 간담회에서 지난 3월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 내용을 분석하며 “가장 큰 첫인상은 북한이 정상국가화 이미지를 갖기 위해 전체적인 헌법을 디자인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 헌법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영토조항 신설이다. 북한은 새 헌법 제2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영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조항을 만들라고 지시한 이후 이를 실제 헌법에 반영한 것이다.

특히 기존 헌법에 있던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조항은 삭제됐다. 서문과 본문에 있던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표현도 모두 사라졌다.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라는 표현 역시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1차 대회 참가자들이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스1)


다만 북한은 헌법에 한국을 ‘적대국’으로 직접 규정하거나 북방한계선(NLL), 군사분계선(MDL) 등 구체적인 경계선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북을 별개 국가로 규정하면서도 당장의 군사적 충돌이나 국제적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은 의도적으로 자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수는 “해상 경계선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남북 모두 타협하기 어려운 지점이 생긴다”며 “이런 내용이 빠진 것은 북한도 분쟁 요인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 색채도 상당 부분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존 헌법의 ‘사회주의 자립적 민주경제 노선’ 표현은 ‘자립적 민주경제 노선’으로 수정됐고,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르는 나라’ 등 사회주의 무상복지 체제를 강조하던 표현들도 삭제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탈북민들 증언 등을 보면 북한 주민들은 사실상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미 시장 원리가 깊숙이 수용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헌법에 있던 ‘제국주의 침략자’, ‘내외 적대분자들의 파괴책동’ 등 전투적 표현들도 대거 삭제됐다. 북한이 헌법 명칭 자체를 ‘사회주의 헌법’에서 단순히 ‘헌법’으로 변경한 점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외적 이미지 조정과 별개로 김정은 위원장의 권한은 오히려 크게 강화됐다. 개정 헌법은 국가기관 배열 순서에서 처음으로 국무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보다 앞에 배치했다. 또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명시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권한도 국무위원장에게만 부여했다.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은 삭제됐고,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총리 임면권도 국무위원장 권한으로 명문화됐다. 사실상 헌법상 견제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변화가 있었다. 국무위원장의 핵 사용 권한이 처음으로 헌법에 명시됐고, 모든 무력에 대한 통솔권과 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핵 사용 권한 위임 근거도 새롭게 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혁명투사’, ‘영예군인’ 등 특별 보호 대상에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가 새로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북한군 전사자 예우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이 교수는 헌법 표현 수위가 예상보다 절제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이 생겼지만 적대적 관계나 교전국 관계 성격은 등장하지 않았다”며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다는 희망적 판단도 해볼 수 있는 헌법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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