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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 기술 발전에 따른 암호 체계 무력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보안 인프라를 ‘양자내성암호(PQC)’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가 양자 기술을 활용해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으며 ‘양자 위협’이 현실적 보안 위기로 다가온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과기정통부는 ‘양자보안,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기치 아래, 국가 주요 인프라 대상 PQC 시범전환 지원을 확대하고 상용화 기술개발(R&D) 사업에 신규 착수한다고 6일 밝혔다. PQC는 현재 활용되는 소인수분해 등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에 비해 격자·해시 기반의 복잡한 수학적 구조를 활용하여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차세대 암호 기술을 뜻한다.
이번 사업은 국정과제인 ‘AI 시대를 지탱하는 견고한 디지털 보안·안전 체계 구축’을 비롯해 ‘범국가 양자내성암호 전환 마스터플랜’, ‘범국가 양자내성 암호체계 전환 종합 추진계획’ 등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국가 암호체계 패러다임 전환 대책의 일환이다. 특히 최근 구글이 양자 기술을 활용한 가상자산 해킹 가능성 등을 경고하며 위협이 가시화되자,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계획에 따라 보안 체계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앞서 구글은 양자 컴퓨터의 강력한 연산력을 이용하면 현재 전 세계 금융·통신망이 사용하는 공개키 암호 방식(RSA 등)을 순식간에 풀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그동안 보안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조차 양자 공격 앞에서는 안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여기에 해커들이 지금은 해독할 수 없더라도 미래의 양자 컴퓨터 활용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미리 탈취해두는 ‘선 탈취 후 해독(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도 양자 보안 전환을 서두르는 핵심 배경이다.
올해 정부의 PQC 시범전환 지원 사업은 지난해 의료·에너지·행정 3대 분야 성과를 바탕으로 통신, 금융, 교통, 국방, 우주 등 5개 핵심 분야로 범위를 넓힌다. 실제 인프라에 PQC를 적용해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분석하고 표준화된 전환 모델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범 전환을 통해 기존 보안 시스템과의 호환성이나 양자 보안 적용 시의 처리 속도 저하 등 실전 운영상의 걸림돌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드림시큐리티 연합체가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 백본망에 PQC를 적용하며, 케이스마텍 연합체는 하나카드의 결제 데이터 처리 전 구간을 시범 전환한다. 교통 분야(모빌위더스)는 판교제로시티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에, 국방 분야(대영에스텍)는 스마트 부대 통합플랫폼에, 우주 분야(케이사인)는 인공위성 통신 인프라에 각각 PQC를 도입해 보안성을 실증한다.
단순 적용을 넘어선 기술 자립도 추진된다. 2030년까지 5년간 진행되는 기술개발 사업은 시스템 내 방대한 취약 암호자산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신속한 전환 및 운용, 안정성 검증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핵심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올해는 △PQC 자율 전환 및 통합 관리 플랫폼 △IC칩용 초경량 HW 최적화 기술 △암호모듈 구현 적합성 검증 기술 △PQC-QKD 결합 하이브리드 원천기술 등 4대 과제에 착수한다.
실증 범위 확대에 따라 예산 규모도 지난해 분야당 9억원(총 27억원)에서 올해 총 45억원으로 증액 편성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과거부터 양자 컴퓨팅에 의한 위협은 예견됐으나 최근 구글 등의 연구로 그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범국가적 마스터플랜에 따라 예산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전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정규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AI와 양자 기술의 발전은 암호체계에 대해 중대한 사이버보안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번 시범 전환을 통해 PQC 전환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전주기 기술 자립을 완성해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보안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하드웨어 방식의 보안 핵심 인프라인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 고도화·확산 사업’ 공모를 통해 전국 규모의 보안망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1월 발표된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의 후속 조치로, 기존 서울-판교-대전 구간의 테스트베드를 전국으로 확장하고 해외 거점 및 차세대 기술 확보까지 아우르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사업은 기술 성숙도에 따라 상용·해외·미래 거점 등 3개 구간으로 나누어 추진된다. 실제 통신망에서 저가 소형 양자키분배(QKD) 장비를 실증하는 것은 물론, 해외 테스트베드와 연계해 국가 간 기술 상호운용성을 검증하고 위성·무선 QKD 등 미래 핵심기술의 실증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기간통신사업자를 포함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하며, 선정된 연합체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국가 양자 인프라 구축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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