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송영길과 김용,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렸다. 거물급 인사인 동시에 ‘정치 검찰 피해자’ 프레임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에게만 공천장이 쥐어졌다. 두 사람은 여권의 선거 구도까지 흔들면서 이목을 끌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그에 따른 실망감도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이른바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3월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정치권 복귀를 암시하던 그는 각종 북콘서트와 강연을 다니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고, 민주당은 그런 송 전 대표를 인천 연수갑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면서 당내 교통정리에 나섰다.
마지막
교통정리
지난달 23일 민주당은 “연수갑은 우리 당에 녹록지 않은 지역이자 반드시 사수해야 할 핵심 전략 지역이다.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과 인천시장을 역임하고 당 대표를 지낸 당의 소중한 자산인 송 전 대표의 중량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치했다”며 공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는) 윤석열 검찰 정권의 무리한 표적 수사로 무고한 희생을 치러야 했으나 당을 잠시 떠나 무죄를 입증하고 당에 복귀해 연수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부터 내리 5선을 지냈던 인천 계양을 출마를 희망했으나 결국 당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는 공천 발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그 결정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계양에서 시작한 일들을 제 손으로 직접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도 숨기지 않았으나 당의 명령과 시대적 요구 앞에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고 적었다.
송 전 대표는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어디든 당의 결정을 따르겠노라고 누누이 말씀드려 왔다. 비록 계양의 품을 떠나지만, 그래도 인천을 벗어나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여전히 인천의 아들이다. 이제 계양에서 받은 거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연수를 넘어 인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더 큰 걸음을 내딛겠다”며 “계양의 자부심이 연수에서도 승리의 기치로 피어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인천 계양을에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도전에 나선다. 김 전 대변인은 “계양의 일꾼으로 일할 기회를 주신 중앙당의 선택에 어깨가 무겁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송영길 대표님이 닦아오신 계양 발전의 밑그림 위에 이재명 대통령님 곁에서 배운 실용 정치로 혁신을 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 전 대표의 전략공천 발표 이후 시선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쏠렸다. 그는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해 8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송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여의도를 드나들며 경기도 지역 공천을 희망했지만, 어째서인지 정청래 지도부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했다.
그동안 김 전 부원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기 안산갑, 또는 하남갑 지역구에 대한 강력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두 지역구를 콕 집어 언급하면서 “지금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두 군데에서 당이 전략적으로 결정해주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공천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100% 장담은 못하지만 제 사건이 다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저의 사법 리스크에 의한 (공천) 불가론을 얘기하는 분들은 김영진 의원과 조승래 사무총장 두 분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조작 기소 피해자” 호소했지만…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막힌 여의도행
그는 “선택지가 안산이나 하남밖에 없는데 당이 결정하는 대로 어디를 보내주셔도 열심히 하면서 이재명정부의 성공이 4년 동안 이어질 수 있게 뒷받침하고 싶다”며 “당에서 결정하면 제가 거기에 따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계속된 공천 요구에도 당으로부터 답이 없자 김 전 부원장은 직접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 방문해 민주당 지도부와 나란히 서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정청래) 대표님이 워낙 바쁘셔서 얼굴을 뵙고 제 출마도 어필하고 싶어서 갔다”고 솔직히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의도에서는 ‘김용 부원장의 회복과 공천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명단’이라는 이름의 포스터가 떠돌았다. 해당 포스터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황명선 의원을 비롯해 서영교, 박지원, 박찬대, 전현희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SNS나 방송 인터뷰 등 다양한 경로로 김 전 부원장을 지지했는데, ‘김용은 검찰권 남용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었다.
거센 압박이 이어졌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김 전 부원장을 이번 공천에서 배제했다. 신중히 당 안팎의 의견을 검토했지만, 선거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하남갑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평택을에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 안산갑에 김남국 당 대변인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조작 기소 피해자이자 희생양이고 당과 대통령을 위해 여러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당은 지선과 재보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8일 김 전 부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고심과 전략적 판단을 존중하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희생이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민주당의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겠다”면서도 “하지만 명확히 밝힌다. 저에 대한 기소는 명백한 정치 검찰의 조작이자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것은 곧 조작 수사가 승리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멈추지 않고 끝까지 증명하겠다. 검찰의 조작 기소를 처절하게 깨부수고, 현장에서는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살아남은 송
불안했던 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 70명 정도가 김 전 부원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체 의원이 160명이니 절반이 좀 안 되는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라며 “세력을 앞세워 지도부에 어필하려 했던 것 같다”고 봤다.
이어 “그러나 당 내부에서 (김용 출마론이) 들끓어도 지방선거는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까지 넓게 고려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종합한 지도부의 판단이 깔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선거는 첫 번째로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부원장과 송 전 대표의 공천 여부에 (사람들이) 관심이 있었는데, 둘은 성격이 다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에서 막판까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현재 광역단체장이라든지 일선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공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는 의견들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공천이 가장 하지 말아야 했을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그렇게들 일선에 뛰고 있는 후보들은 제게 의견들을 보내왔다”며 “특히 수도권이라든지 영남권 이런 쪽에서는 당에서 결단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부원장에 대한 배려, 정치적 지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행위들과 당이 공천을 하는 공적인 행동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 이런 것들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을 지지하던 이들은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5년 서초동 고객으로 살아온 제가 김용의 심정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다. 만약 김용이 살아 돌아온다면 검찰·사법개혁의 들불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조작 기소로 사법부의 평가를 받기 이전에 국민 평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며 “아쉽지만 이제 일단락됐다. 이를 수용한 김용의 선당후사도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검찰권 남용
상징적 인물
정청래 대표는 “미안하고 감사하다. 머지않아 더 크게 쓰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으며 송 전 대표 역시 “김용 동지의 백의종군 결단을 가슴 아프게 보면서 응원을 보낸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청래 지도부는 조심스럽게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천 배제 기조를 굳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대표 역시 공천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 KBS 라디오를 통해 “김 전 부원장과 저는 같은 동병상련으로 윤석열의 정치 검찰의 피해를 받은 사람”이라면서도 “당 지도부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김 전 부원장 공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변호사로서 지금까지 관련된 진술들이나 이걸 보게 되면 모든 게 사실상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당연히 공천을 줘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라면서도 “당 지도부로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 그래서 그런 양 측면의 고민을 김 전 부원장께서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대표 역시 선거 유세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눈살 찌푸리지 않도록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당내에서도 보석 상태인 김 전 부원장이 공천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와 달리 대법원 판결을 앞둔 김 전 부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이번 선거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보석 상태의 김 전 부원장을 전략공천할 경우 중도층의 반감을 사거나 보수가 결집할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김 전 부원장이 보석 상태에서 공천을 요구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오만이 극에 달해 ‘간이 배 밖에’ 나왔거나, 아니면 ‘배 째라’식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니들이 어쩔 건데?’하며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법 무죄’ 송 ‘셀프 무죄’ 김
앞으로 중도·보수 반발심 키울까
같은 당 나경원 의원 역시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장동 업자들에게서 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중범죄 피고인”이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범한 국민은 취업할 때 범죄 경력 한 줄로 인생이 좌우되는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집권여당 의원들이 이를 비호한다”며 “범죄자가 당당한 나라, 이게 정상인가”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부정하며 정치 검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김 전 부원장은 ‘셀프 무죄’ 또는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빌려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국조특위를 통해 사건이 조작됐다는 게 이유인데, 정치 고관여 층이 아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부원장의 친명(친 이재명)계 세 결집이 부담스러웠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70여명에 가까운 민주당 의원이 김 전 부원장에 힘을 실어주자 해당 현상을 단순한 지지 차원을 넘어선 ‘세력화 신호’로 본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는 ‘친청(친 정청래) 대 친명’ 프레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도부가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송 전 대표 역시 친명계 인사로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는 차기 당권을 의식한 정 대표의 전략적 선택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전략공천을 받은 김남국·김용남 후보 역시 ‘이재명의 사람’으로 정 대표는 정무적 판단 대신 선거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부원장의 원내 진입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향후 행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히 현실 정치인으로 정치는 계속할 생각”이라며 “아직 자세히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가장 밑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8년 치러지는 23대 총선에 도전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이번 컷오프를 통해 민주당에 일종의 ‘마음의 빚’을 지게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민주당 이광재 성남분당갑 지역위원장의 전략공천으로 공석이 된 지역위원장 자리에 김 전 부원장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원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 연고를 명분으로 분당갑을 맡아 조직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은 ‘국회의원 선거구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사법부의 지체된 판결(과 관련해) 조속히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만큼 자신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우선순위에 두고 다음 스텝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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