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일괄 규제'보다 고유한 성격 '맞춤형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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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일괄 규제'보다 고유한 성격 '맞춤형 규제' 필요

한스경제 2026-05-06 10: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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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을 '가상자산'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다뤄온 관행에 제동이 걸었다. 세 자산이 태생부터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까지 전혀 다른 만큼 투자자 보호와 규제 설계 역시 갈래를 나눠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닥사·DAXA) 정책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희소성,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사용료, 스테이블코인은 1대1 상환 신뢰가 가치의 뿌리"라며 "세 자산을 한 줄로 세워 평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 비트코인, '디지털 금'으로 굳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에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순수한 개인 간(P2P) 전자 현금"으로 설계됐다. 신규 발행은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 양만 나오고, 총발행량 2100만개에 다다르면 사실상 멈춘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법정화폐와는 출생 배경부터 다르다는 얘기다. 

시장의 평가 잣대는 '희소성'이다. 공급은 묶여 있는데 수요가 늘면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미국 정부 문서와 주요 업계 보고서가 비트코인을 '공급량 2100만개로 제한된 희소 자산'으로 규정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안팎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부르는 이유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국제 학계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의 일변동성은 달러-유로, 달러-엔 같은 주요 환율 변동성의 약 10배에 달했다. 하루 변동 폭이 평균 10% 안팎, 30%를 넘긴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가격표의 기준이 되기 어렵고, 상인과 소비자 모두 환차손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닌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 이더리움 '네트워크 연료'… 사용량이 곧 '값'

이더리움은 결이 다르다.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 위에서 각종 응용 프로그램과 계약을 구동하는 플랫폼이다. 송금이든 스마트계약 실행이든 계산 비용을 이더(ETH)로 치러야 한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를 '가스'로 설명한다. ETH 없이는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ETH 값은 '귀하냐'보다 '얼마나 쓰이느냐'에 민감하다. 탈중앙화금융(DeFi)·대체불가토큰(NFT)·블록체인 서비스 이용량이 늘면 ETH 수요도 따라 오른다. 반대의 경우엔 가격이 빠진다. 일부 시장 참여자가 이더리움을 '디지털 원자재' 또는 '자본자산'으로 분류하는 까닭이다.

공급 구조도 비트코인과 차이가 크다. ETH는 총량이 못 박혀 있지 않다. 검증인이 새 ETH를 보상으로 받는 동시에, 거래 수수료 일부는 소각된다. 지분증명(PoS) 전환 이후 신규 발행량은 크게 줄었고, 네트워크가 붐비는 시기엔 소각량이 발행량을 웃도는 일도 있다. 가격이 사용량·수수료·소각·스테이킹 참여율 등 여러 변수에 얽혀 결정된다는 얘기다.

▲ "스테이블코인, 흔들리지 않아야 살아남는다"

스테이블코인은 정반대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더리움에선 시세 차익을 기대하지만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1달러는 늘 1달러'를 요구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스테이블코인을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류 코인과 달리 기존 은행예금의 기능을 모방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규정한다. 빠르고 값싼 송금, 거래대금 결제, 자금 대기처가 본업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담보와 상환 체계가 생명줄이다.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 가이드라인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발행 잔액 전액에 해당하는 준비자산을 따로 쌓고, 합법적 보유자가 상환을 요구하면 원칙적으로 1대1로, 늦어도 영업일 기준 이틀 안에 돌려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준비자산은 단기 미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Repo), 정부형 머니마켓펀드(MMF), 은행예금 등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제한된다. 스테이블코인이 파는 것은 상승 여력이 아니라 '신뢰'라는 뜻이다. 

▲ 위험의 결도 다르다

세 자산은 위험의 모양새도 갈린다. 비트코인은 값이 출렁이지만 특정 발행사의 신용에 기대지 않는다.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혼잡과 수수료, 기술 표준 변경이 변수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자체는 잔잔해도, 발행사와 담보가 흔들리면 환매 요청이 한꺼번에 몰리는 '런(run)' 위험에 노출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확산할수록 위기 시 준비자산 매도 압력이 커져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안정을 약속한 자산이 정작 신뢰 위기엔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같은 문제를 짚었다. 돈이 돈답게 통용되려면 발행 주체와 무관하게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화폐의 단일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의 이름이 꼬리표처럼 붙는 '민간 디지털 채무'에 가깝다. 시장이 특정 발행사의 건전성을 의심하면, 같은 1달러로 표시된 코인도 거래소마다 다른 값에 거래될 수 있다. 제도권이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와 같은 반열에 두지 않는 이유다.  

▲ 규제 틀도 갈래 나눠야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를 손볼 때 세 자산을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규제하는 잣대로 스테이블코인을 들여다보면 시스템 위험을 놓치고 이더리움의 작동 원리를 외면한 채 과세 틀을 짜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영도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희소성에 베팅하는 자산,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경제의 사용량에 기대는 자산,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정산을 위한 신뢰 자산"이라며 "이름만 같은 '코인'이라는 착시를 걷어내는 일이 디지털자산 정책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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