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경북 안동 오미마을에 자리한 학남고택이 국가민속문화유산이 됐다.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소장한 서울 금성당 무신도 8점도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앞두게 됐다.
◇고서와 일기가 전하는 선비문화의 변화
안동 학남고택은 풍산김씨 집성촌인 안동시 풍산읍 오미마을 안에 있다. 오미마을은 풍산김씨가 500여 년 동안 세거해 온 반가 마을로 알려져 있다. 학남고택은 조선 영조 때인 1759년 김상목이 안채를 지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1826년 손자인 학남 김중우가 사랑채와 행랑을 더하면서 현재의 집 구조가 갖춰졌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집의 평면이다. 안동 지역 양반가에서 흔히 보이는 'ㅁ자형' 뜰집 계통에 속한다. 하지만 안채와 사랑채가 완전히 붙어 있지 않다. 처음 지어진 안채와 뒤에 사랑채·행랑이 시차를 품은 채 ‘튼ㅁ자’ 형태를 이룬다. 모서리가 열린 구조에 전형적인 안동 반가의 틀을 따른다. 집이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커지고 바뀌어 온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고택의 가치는 건물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문중에 전해진 고서와 고문서, 서화류, 민속품 등 1만360점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돼 관리되고 있다. 고서 630종 1869책, 고문서 39종 8328점, 서화류 115점에 어사화와 복두, 사모, 죽첨 같은 생활·의례 자료까지 포함된다. 한 채의 집이 품어온 물건들이 안동 선비문화와 가문의 일상,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의 지역사를 읽는 자료다.
특히 여러 세대가 남긴 일기는 학남고택의 성격을 띄게 한다. 학남 김중우의 아들 김두흠, 김두흠의 손자 김병황, 김병황의 아들 김정섭 등이 남긴 기록에는 19세기 안동 반가의 생활 방식과 선비문화가 시대 흐름 속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담겨 있다. 관혼상제와 학문, 교유, 마을의 일상과 한 가문이 사회 변화에 대응한 방식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학남고택은 근대사의 기억도 품고 있다. 김정섭과 김이섭, 김응섭 형제는 오미마을의 근대화와 항일투쟁, 구국활동에 참여한 인물들이다. 중국 상해 임시정부 법무장관 등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응섭이 남긴 '칠십칠년회고록'은 일제강점기 상황과 인물, 독립운동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고택이 생활유산이자 독립운동사의 현장으로 읽히는 이유다.
◇굿당에서 박물관으로 온 서울 금성당 무신도
서울 금성당 무신도는 민속문화를 보여준다. 금성당은 나주 금성산의 산신인 금성대왕과 조선 세종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을 함께 모신 굿당이다. 2008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울 금성당 내부에 봉안됐던 그림들이 지정 예고 대상이다. 현재는 서울 은평구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무신도는 무속신앙에서 모시는 신의 모습을 그린 종교화다. 서울 금성당 무신도는 삼불사할머니, 맹인도사, 맹인삼신마누라, 삼궁애기씨, 대신불사, 창부광대, 별상, 말서낭 등 모두 8점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운수와 질병, 삶의 고비를 관장하는 신들이 화면 안에 자리하며, 서울·경기 지역 무속신앙의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9세기 무신도는 현재 전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희소성이 크다. 서울 금성당 무신도는 유래가 분명하고 실제 제의 공간에서 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굿당에 걸려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그림이자, 의례가 열리던 현장의 분위기와 신앙 구조를 함께 전하는 자료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회화와 몸으로 전승돼 온 제의 문화가 한 공간에서 함께 작동했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 표현도 주목된다. 인물의 둥근 얼굴, 길고 복스러운 손가락, 안정된 자세 등에서는 불교회화에서 자주 보이는 양식이 확인된다. 때문에 불화를 그리던 화승이 제작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음영을 살린 표현과 입체감 있는 묘사는 일반적인 무신도와 다른 세련된 조형감을 보여준다. 안료 분석을 통해 제작 시기가 19세기 후반으로 확인된 점도 지정 가치에 힘을 보탰다.
학남고택과 서울 금성당 무신도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사람들의 생활과 믿음이 남긴 유산이다. 학남고택이 한 가문의 삶과 지역의 역사, 독립운동의 기억을 건축과 문서로 전한다. 금성당 무신도는 도시 속 굿당에서 이어져 온 신앙과 의례의 장면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