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등명해수욕장. / 유튜브 채널 '동해안 인사이트'
강원 강릉시 정동진 등명해수욕장 여자 화장실에서 대형 구렁이 두 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돼 관심이 쏠렸다. 공공장소에 등장한 거대한 뱀에 이용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좋은 기운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예부터 구렁이를 마을을 지키는 길조로 여겨온 지역 정서 탓이다.
6일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정동진1리 등명해수욕장 여자 화장실 입구에서 황구렁이와 흑구렁이 각 1마리가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이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두 마리 모두 몸길이가 1m50cm 이상인 대형 개체였다.
해수욕장을 찾은 일부 이용객들은 예상치 못한 대형 구렁이의 출현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특히 화장실 입구에서 두 마리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에 현장 분위기가 한동안 술렁였다.
반면 마을 주민들은 이를 단순한 해프닝보다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구렁이를 사람 곁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로 여겨왔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집터나 마을 주변에 구렁이가 나타나면 복이 들어온다는 민속적 믿음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진삼 정동진1리 이장은 매체에 “예부터 구렁이는 사람 주변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우리 조상들이 숭배해 왔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며 “올봄에는 마을회관 방 입구에 처음으로 제비집까지 생겨, 주민들이 좋은 기운이 찾아오는 것 아니냐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현장에 있던 구렁이들은 이후 스스로 자리를 떠나 자취를 감췄다.
구렁이 자료 사진. / 국립공원관리공단·뉴스1
구렁이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파충류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몸길이 2m 안팎까지 자라며, 드물게는 3m에 달하는 개체도 있다. 몸에는 가로무늬와 얼룩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검은색·황색·갈색 등 다양한 색을 띤다.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하며 중국 중북부와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독이 없고 비교적 온순한 성격을 지닌 구렁이는 설치류와 조류, 양서류 등을 잡아먹는다. 과거에는 민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1960년대 이후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서식지 파괴에 더해 잘못된 보신 문화로 인한 무분별한 포획이 이어진 탓이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구렁이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멸종위기 2급은 개체 수 감소가 계속될 경우 가까운 미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큰 종을 의미한다.
민속적으로 구렁이는 '집 지킴이' 또는 '재산과 복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집터 주변에 나타나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믿음 덕에 함부로 쫓아내지 않았고,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인식 덕분에 비교적 친숙한 동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구렁이의 번식기는 보통 5~6월로, 이 시기에는 짝을 찾기 위해 활동량이 크게 늘고 이동도 활발해진다. 이후 7~8월 사이 8~22개의 알을 낳으며, 새끼들은 11월 무렵 다시 겨울잠을 위해 바위틈이나 땅속으로 숨어든다. 이번에 등명해수욕장에서 목격된 두 마리 역시 번식기를 맞아 함께 이동하던 중 모습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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