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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파죽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재임 시절 주식시장 관련한 공식 석상 발언이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20일 퇴임한 이 전 총재는 퇴임 직전인 현지시간 4월15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고위급 회의에 참석, 마지막 외부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같은 진단을 내놨다.
◇“한국 포함한 글로벌증시, 완벽한 시나리오 가정”
4일 PIIE 공식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PIIE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이 전 총재는 영어를 구사하며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경제 상황과 이란 전쟁 불확실성에 대해 짚었다. 그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발표자료와 대본을 준비하기 어려웠다”면서도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드러냈다. 특히 이 전 총재는 통상 과거 한은 금융통화정책위원회(금통위)에서 주식 시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은 석유 충격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의 반도체 슈퍼사이클 충격도 겪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으로서 우려되는 점은 한국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일종의 완벽함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15일 기준 사상 최초 6000선을 돌파했고 지난 4일엔 장 중 693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코스피가 6000선을 막 돌파했을 당시 이 전 총재는 “현재 주가는 이란 전쟁이 몇 달이 아니라, 몇 주안에 끝난다고 가정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AI 슈퍼 사이클이 적어도 1~2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으나 두 가지 가정 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향후 중동 전쟁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주시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짓지 않겠다”면서도 “지난주 통방을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 전략적 인내를 감행했다”며 앞선 4월 금통위에서의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올해 4월 열린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한국 원유 수입 타격,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 줄 것”
이란 전쟁으로 아시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며 한국의 영향은 보다 클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 전 총재는 “한국의 경우 석유 수입의 70%가 중동에서 들어온다”면서 “한국은 약 100~200일치의 석유 비축량을 갖고 있는데 전쟁이 지금부터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글로벌 시장에 매우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타격은 글로벌 공급망으로 파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총재는 “우리는 중동에서 막대한 양의 원유를 수입하지면서도 매우 잘 발달된 정유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우리는 제트유를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미국 내 소비되는 제트유 중에서 한국산 수입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정유시설은 미국의 경질유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많은 이들이 중동 석유 대신 미국산 석유를 수입하면 되지 않냐고 묻지만, 문제는 우리 정유 시설이 중동의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돼있다”면서 “경질유를 사용하려면 시설을 교체해야 하는데 많은 기업인들은 약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한국의 정유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조만간 여행 항공 및 제트유 가격에 확실한 가격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나프타와 관련한 비닐봉지도 마찬가지인데, 비닐봉지를 생산하기 위해 나프타를 많이 사용하는데 비닐봉지는 주로 음식배달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만큼 국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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