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을 이란에 의한 공격으로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선박의 ‘개별 행동’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한국의 군사적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른바 ‘안보 비용 분담’을 재차 요구했다.
◇트럼프, ‘독자 운항’ 책임론 부각…“미군 보호 선박은 안전”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사 중 한국 화물선 피격 상황을 언급하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은 호르무즈에서 원유의 43%를 들여오면서도 선박이 연합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다 어제 박살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군이 호송한 선박은 단 한 척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번 사고를 미국의 ‘해방 프로젝트’에 동조하지 않아 자초한 결과로 규정했다.
외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압박의 강도에 주목하고 있다. A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선박을 겨냥한 다수의 발포 사실을 적시하며 한국 측의 가시적인 조치를 재차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한국도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글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과 작전 개입을 공개적으로 종용한 셈이다.
◇정부 “원인 미확인”…한미 간 시각차 뚜렷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정적 발언에 대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나무호에서 발생한 화재와 폭발의 상세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이란의 직접 타격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번 사건을 이란의 ‘해방 프로젝트’ 저해 행위로 간주한 상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란이 한국 화물선 등 제3국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며 상황을 기정사실로 했다. 미군은 전날 이란이 미사일과 고속정을 동원해 상선을 공격했으나 이를 격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휴전 파기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미 행정부는 한국 선박의 피격이 ‘보호망’을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한국의 역할 수행 책임을 강조했다.
◇이란엔 “백기 들어라” 최후통첩…‘저강도 교전’ 격하하며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현재의 충돌을 ‘작은 교전’으로 평가절하하며 이란의 군사적 역량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항복의 백기를 흔들어야 한다”며 “직접 진입해 인명 피해를 내고 싶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상전 카드까지 내비치며 이란을 종전 합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배수진으로 보인다. 다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브리핑에서 “양측의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외교적 퇴로를 열어두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공포를 극대화해 이란의 실질적인 굴복을 유도하려는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향해선 “선 지켰다” 독려…내주 미중정상회담 포석
트럼프 대통령은 내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대응을 이례적으로 긍정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중국조차 이번 사태에서 미국을 존중하며 선을 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중동 분쟁을 고리로 중국을 관리하는 동시에, 우방인 한국에는 중국보다 낮은 기여도를 지적하며 안보 분담의 의무를 강조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중국을 ‘협력 사례’로 언급한 것은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 더 무거운 안보 기여를 요구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안보에 공짜는 없다”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이 에너지 공급망 전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우리 외교당국은 미국의 작전 동참 압력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두 가지 난제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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