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배두열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047810)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보유 지분율을 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지분 보유 목적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내셔널 챔피언’ 구상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말까지 총 5000억 원을 투입해 KAI 주식 295만8579주를 추가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4월 30일 종가 16만9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물량으로, 지분율 3.04%에 해당한다. 실제 취득 주식 수와 지분율은 향후 매입 단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날 KAI 주식 10만 주도 장내에서 추가 매수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관계사가 확보한 KAI 지분율은 기존 4.99%에서 5.09%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구체적인 경영참여 방안도 검토 중이다. 회사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와 주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지분 확대 배경에 대해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항공우주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방산,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우주 발사체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위성 개발과 공중전투체계 분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가 협력할 경우 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첨단 기술 확보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안보 불안이 심화하고, 전장 환경이 무인화·지능화되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육·해·공·우주’를 통합한 대형 방산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동 분쟁에서 위성과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등 ‘전 영역’ 작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규모와 통합 역량을 갖춘 국가대표급 기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상 무기체계 중심의 독일 라인메탈은 최근 군함 건조 부문 인수와 차세대 레이저 무기 개발을 위한 합작 투자에 나선 바 있다.
우주 주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기업들의 대형화·복합화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프랑스 에어버스와 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는 스페이스X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사업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 BAE시스템스와 미국 노스롭그루먼도 각각 인공위성 제작 기업과 우주 발사체 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결합을 통한 ‘내셔널 챔피언’ 필요성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각자 경쟁하는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대형 방산·우주항공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KAI와의 파트너십이 강화되면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시장에서 원팀 전략을 통한 수주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 경험과 선제적 투자, 해외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KAI의 수출 경쟁력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양사 모두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KAI의 주력인 항공기 사업은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구조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물량이 꾸준히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만큼, 안정적인 해외 수주 기반 확보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는 이미 ▲KF-21 수출 경쟁력 강화 및 해외 진출 교두보 구축 ▲국산 전투기 장착용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특수작전용 헬기 성능개량 사업 제안 등 다양한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서 중장기 협력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MOU에는 K-방산 수출 경쟁력 강화와 경남 지역 항공우주·방위산업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개발 및 체계 통합 ▲수출 목적의 무인기 공동 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 ▲위성·발사체·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 공동 진출 ▲방산·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및 지역 공급망 육성 등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사 협력은 지역균형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남 창원, KAI는 경남 사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남 지역 핵심 기업이다.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우주항공·방산 클러스터와 생태계 구축은 물론 협력업체와의 상생,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청년 인재들의 지역 정착도 기대된다”며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3조원, 직접고용 인원은 1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추가적인 일자리 확대는 지역균형 발전의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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