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카페, 첫 단독 후원 행사로 아이들에게 특별한 하루 선물
다달이 이어지는 만남 속 신뢰·정 쌓여…"이제는 삶의 일부"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자원봉사 선생님들) 다 좋아요! 다요!"
어린이날인 5일 서울 사당역 대로를 지나 한적한 어린이공원 쪽으로 들어서니 듣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별한 날, 아이들을 축복하듯 눈부신 햇살이 내리쬔 이곳은 저마다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한 가족으로 지내는 상록보육원.
이날 기자가 찾은 상록보육원은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어른 친구'들의 설렘과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22년 전인 2004년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상록보육원을 매달 꾸준히 찾고 있는 자원봉사카페 '아기천사'가 직접 아이들을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다.
1959년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세워진 상록보육원은 현재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53명이 모여 살고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아기천사는 다달이 이곳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하며 친구가 됐다.
이곳의 아이들은 구김살 하나 없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기자를 보자마자 두손을 모아 인사한 A(14)양은 이내 질문을 쏟아냈고, 보육원의 막내 B(4)군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은 채 작은 물풀에서 낚시 놀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기천사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족이다. "OO야 너 진짜 오랜만이다"라며 반갑게 인사한 자원봉사자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마치 부모처럼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도 당연하다는 듯 이들의 손을 잡고 곳곳을 누볐다. 아기천사가 준비한 에어바운스, 레크리에이션, 페이스페인팅, 조립 퍼즐, 달고나 만들기, 경품추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아이들의 즐거운 환호성이 온 보육원을 가득 채웠다.
배우가 꿈이라는 C(16)양의 지휘 아래 노래에 맞춰 저마다 즐겁게 춤을 추는 아이들의 모습에 모두가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가 특별했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아기천사가 기획부터 자금출자, 운영까지 오롯이 도맡아 진행한 첫 어린이날 행사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다른 후원 기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아기천사가 이를 돕는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런 후원이 없어 아기천사가 아예 책임지고 주최를 맡은 것이다. 비용은 회원들이 매달 2만원씩 내는 활동비로 마련했다.
10년 넘게 상록보육원과의 인연을 이어온 김지원 아기천사 팀장은 "우리는 그냥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하는 것"이라며 "이제 삶의 일부가 될 만큼 이곳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기천사는 그동안 매월 첫째 주 주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아 왔다. 양희동 아기천사 회장은 "서울랜드, 눈썰매장, 한강공원 등 다양한 곳을 함께 다니고 있다"면서 "가족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날 처음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봉사자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배트맨 페이스페인팅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한 D(5)군의 담당 봉사자였던 손현빈 씨는 아기천사 활동을 하던 친구를 따라 처음 상록보육원 아이들과 만나게 됐다고 한다.
손씨는 "오늘 처음 왔는데 아이들과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콩벌레를 잡느라 화단 속에서 동그랗게 모은 입으로 집중하고 있는 D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보육원의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물론, 치킨 한 조각만 먹고 뛰쳐나가려는 D군에게 "D야 더 먹어"라고 핀잔주던 E(13)군도, 미취학 어린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C양도 모두 서로에게 따뜻한 신뢰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을 나누는 '가족'과 같은 모습이었다.
1976년부터 보육원장을 맡아 올해로 50년 차를 맞은 부청하(83) 상록보육원장은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아빠"라고 부르는 '키워준 부모'다.
부 원장은 "아기천사는 아이들과 오래됐기 때문에 (아이들과) 서로 부담 없는 관계"라면서 "서로에게 친구이자 형·누나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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