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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참석차 워싱턴DC에 머물던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과 만나 그의 이란전 관련 노골적 비판 발언을 두고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리브스 장관이 지난달 15일 CNBC 인터뷰에서 이란전에 대한 미국의 목표가 “한 번도 명확했던 적이 없다”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그는 “몇 주 전보다 우리가 오늘 더 안전하다고는 확신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발언은 베선트 장관이 전날 BBC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 대한 대응 성격이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약간의 경제적 고통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며 “핵무기가 런던을 강타한다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타격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후 두 장관이 만났을 때 베선트 장관은 리브스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이란 전쟁 덕분에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하며 이란이 영국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했다.
이에 리브스 장관은 화가 난 채로 응수하며 베선트 장관에게 자신은 그의 부하가 아니며 그가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란 전쟁은 명확한 목표가 결여돼 있으며, 반드시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자신의 주장을 반복했다.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긴 했으나 다른 사안에서는 잘 협력해왔으며, 이후에도 대화한 적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영국이 공개적으로 긴장 완화를 강력 옹호하는 입장을 내놓게 된 데에는 이란 전쟁에 따른 경제적 손해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IMF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주요 7개국(G7) 가운데 영국의 성장률 전망이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영국에 입힐 큰 타격이 일부 반영된 영향이다.
리브스 장관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미러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가계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미국이 명확한 출구 전략 없이, 무엇을 달성하려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도 없이 이 전쟁에 들어간 것에 대해 매우 좌절감을 느끼고 화가 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 한 영국 정부 관리는 “리브스 장관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이 전쟁의 실수들과 경제적 비용에 대해 솔직했다”고 거들었다. 실제 리브스 장관은 IMF·세계은행 회의 시작 시점에 발표된 중동 사태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다른 10명의 재무장관들과 함께 “분쟁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집권당인 영국 노동당도 이란 전쟁과 관련해선 여론과 대체로 같은 편에 서 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영국 국민 65%가 이란전에 반대하고 16%만이 지지하고 있다. 영국에 위기가 가하는 고통은 지난주 영란은행(BOE)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전체 경제 전망에서도 부각됐다. BOE는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의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강력한” 통화 긴축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재무부와 미 재무부는 모두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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