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_Pub: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독재·경제 실패’ 오명 베네수엘라, 다극화 흐름 속 재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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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_Pub: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독재·경제 실패’ 오명 베네수엘라, 다극화 흐름 속 재조명하다

투데이신문 2026-05-05 13:39: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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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의 저자 임승수 작가 ⓒ투데이신문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의 저자 임승수 작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재현·송수원 인턴기자】지난 1월 2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납치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일국의 수장에게 마약 밀매 조직 배후 혐의를 적용해 강제로 연행한 장면에 국제 사회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때, 한 작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펜을 들었다. 

2006년 도서 『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치 현실을 짚었던 임승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마두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이 주제에 접근한다. 그의 신작『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는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갈등을 하나의 원인으로 가두지 않고 다각도로 짚어낸다. 석유 자원을 둘러싼 내부 계급 갈등과 미국과의 충돌, 나아가 그 배경에 놓인 세계 질서의 변화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나아가 임 작가는 이 사건을 트럼프 개인의 돌발적 결정이 아니라 미국 패권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균열의 신호로 해석한다.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국제 질서가 다극화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베네수엘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분석한다.

임 작가는 주류 서방 언론의 보도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베네수엘라 내부의 역사적 계급 갈등이나 석유 자원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는 축소된 반면 ‘독재’와 ‘경제 실패’라는 결과만이 부각되는 보도가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환원하고 특정 국가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맥락이 제거된 채 전달되는 서사를 추적하며 “팔레스타인 소년이 탱크에 돌 하나라도 던지는 심정으로 썼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안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아래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답을 짚어본다.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책표지 [사진출처=자음과모음]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책표지 [사진출처=자음과모음]

Q.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납치 사건 이후 약 한 달 만에 책을 완성했다. 이처럼 빠르게 작업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월 2일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출판사로부터 집필 제안을 받았다. 당시 다른 원고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지만, 이 사안은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 초기에는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정 인식이 빠르게 고정되기 때문에 맥락과 긴장감이 살아 있는 시점에 문제의식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곧바로 집필에 들어갔고 가족 여행 중에도 매일 새벽 2시까지 원고 작업을 이어갔다. 낮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다시 글을 쓰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월에 원고를 넘기며 약 한 달 만에 집필을 마무리했다.

Q.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전달하고자 한 바는 명확하다. 많은 사람들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이미 형성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처럼 되려고 하느냐”는 표현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드러난다. 직접 현지를 방문하고 2006년 관련 저서를 집필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찰해온 결과, 주류 언론이 보여주는 베네수엘라는 현실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내부의 역사적 갈등이나 석유 자원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일부 사실을 과장하거나 맥락을 제거한 채 전달되면서 마두로는 단순한 독재자로, 베네수엘라는 실패 국가로, 미국은 이를 응징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책에서는 주류 언론이 상대적으로 덜 다루는 이야기, 그러나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점들을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빈곤층이 정치의 주체로 변화해가는 내부 과정을 강조해 다뤘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보면 미국과 서방 언론이 왜 베네수엘라를 특정 방식으로 규정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스스로 판단한 내용을 기록하고 전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국외로 이송했다고 발표한 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친정부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반으로 찢으며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국외로 이송했다고 발표한 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친정부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반으로 찢으며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Q. 마두로 납치 사건이 국제 정치에 어떤 의미를 남긴다고 보나.

마두로 납치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 상당히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군 사망자가 없었고 작전이 단시간 내에 종료됐으며 베네수엘라 내부 정치에 강한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트럼프식 의사결정 방식과도 부합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 경험은 이후 미국의 대외 전략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비교적 손쉽게 성과를 거두면서 유사한 방식의 개입이 다른 지역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 형성됐을 수 있다.

다만 이후 이란 문제에 대한 개입 과정에서 이러한 접근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해당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지도부 제거 중심으로 접근한 전략은 현실과 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란 개입은 사전에 정교하게 설계된 전략이라기보다 정치적 설득과 안보 위협 인식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 결합될 경우, 이란이 북한 사례처럼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 이후 미국의 대응 방식이 변화한 전례를 고려하면 이러한 위협 인식이 이란 문제에서도 선제적 대응을 검토하게 만든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 작전의 성공은 이란 개입으로 이어졌고, 이는 기대와 달리 역풍으로 작용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체포 작전을 넘어 미국이 국제 정치에서 힘의 논리를 다시 전면화했다는 신호이자 그러한 방식이 확장될 경우의 위험성을 드러낸 사례로 해석된다.

Q. 마두로 체포는 미국의 서반구 통제의 본보기인가. 그렇다면 제2의 마두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목표는 중남미를 다시 미국의 영향권에 편입시키는 데 있다. 전 세계 패권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서반구, 특히 중남미를 확실하게 통제하려는 접근이다. 이는 19세기 미국이 유럽의 개입을 배제하고 중남미를 자국 영향권으로 설정한 외교 원칙인 ‘먼로 독트린’이 변형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를 트럼프식으로 변형한 ‘돈로 독트린’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중남미 지역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미국을 넘어섰고 인프라 투자와 자원 개발에서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외부로 힘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전통적 영향권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두로 체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중남미 지역에 대한 영향력 재확보 의지를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후 다음 단계의 대상으로는 쿠바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쿠바는 역사적으로 반미 노선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국가이자 미국 본토와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상징적인 사례다. 동시에 에너지 자립도가 낮아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크게 의존해온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두로 납치 이후 이러한 공급 체계가 흔들릴 경우 쿠바는 외부 압력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쿠바는 중국 등 외부 세력과의 협력 가능성도 있다. 중남미에서 영향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쿠바를 통제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상징성과 전략적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선택지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쿠바에 대해 보다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개입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군사적 압박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수단을 결합한 방식으로 검토됐을 가능성이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국외로 이송했다고 발표한 뒤 텍사스주 케이티에서 두 여성이 관련 전단을 들고 춤추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국외로 이송했다고 발표한 뒤 텍사스주 케이티에서 두 여성이 관련 전단을 들고 춤추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Q. 서방은 왜 마두로를 ‘독재자’로 규정하나. 그 배경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9년 발생한 카라카소 사건을 짚고 가야 한다. 베네수엘라 정치 체제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역사 배경이다. 당시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연료 가격 인상과 긴축 정책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와 폭동이 발생했다.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약탈과 충돌이 확산됐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이 투입되면서 수천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기존 정치 체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베네수엘라 사회에서는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과 함께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군 내부에서도 기존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고, 그 연장선에서 1992년 우고 차베스는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쿠데타 실패 이후 대중 앞에서 책임을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이는 반체제 인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국 누적된 사회적 불만이 차베스라는 인물로 수렴되면서 그는 선거를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차베스 집권 이후에도 정치적 갈등은 지속됐다. 쿠데타 시도, 총파업, 소환투표 등 다양한 방식의 충돌이 반복됐으며 야권은 선거 보이콧을 선택하기도 했다. 시위 양상 역시 단순한 평화 시위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폭력적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강경 진압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구 언론은 주로 정부의 폭력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고 이러한 시각은 이후 마두로 정권에 이르러 더욱 강화됐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 정권은 ‘독재’로 규정되는 경향이 굳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방이 베네수엘라를 독재 국가로 규정하는 근거 중 또 하나는 부정선거다. 그러나 이는 단정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일부 증거는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며, 양측 주장을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베스 사망 이후 마두로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뒤 이어진 총선에서는 여당이 크게 패배하며 야권에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내준 바 있다. 전면적인 선거 조작이 가능했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선거 조작 논란은 일정 부분 정치적 공세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Q. 책에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의 핵심을 ‘석유 자원’으로 분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베네수엘라의 정치 갈등과 위기의 핵심은 부정 선거 여부보다 자원 분배 구조에 있다. 다시 말해, 석유 자원을 둘러싼 권력 재편 과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20세기 초 석유가 발견된 이후 스탠다드 오일과 같은 외국 자본이 진입하면서 자원 수익은 외부 기업과 일부 국내 엘리트층에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미국의 경제 제재는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석유 거래 제한과 국영 석유회사(PDVSA)에 대한 금융 제재 등 미국의 조치는 외화 유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국제 금융망 접근 제한과 자산 동결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석유를 판매하더라도 대금을 회수하기 어렵거나 거래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식량과 의약품 등 필수 물자의 수입에도 직접적인 제약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 국민 생활 전반에 큰 타격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제재 효과가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는 핵심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논의에서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Q. 자원을 둘러싼 구조가 정치적 충돌로 확산된 과정은 어땠나.

이 구조는 차베스 정부 출범 이후 크게 흔들렸다. 차베스 정부는 석유 수익을 국가가 통제하고 이를 복지와 공공 영역에 재분배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편했다. 이는 기존 이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조치였고 결과적으로 국내 기득권층과 외국 자본 모두의 이해와 충돌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은 단순한 정치 경쟁을 넘어 사실상 계급적 충돌의 성격을 띠게 됐다.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누리던 집단과 재분배를 통해 권력을 확장하려는 세력 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외부 변수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차베스는 중남미 지역에서 반미 성향의 정치적 연대를 강조하며 역사적으로 시몬 볼리바르의 해방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흐름 속에서 중남미 일부 국가에 좌파 정부가 확산됐고 이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충돌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갈등은 내부 권력 재편과 외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결합된 구조로 볼 수 있다. 특히 자원 통제권을 둘러싼 내부 엘리트와 정치 세력 간의 충돌이 외부 압력과 맞물리면서 갈등의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석유 수익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정치적 충돌의 중심에 놓여 있는 만큼 이는 쉽게 타협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경제 위기의 원인 역시 단순히 정부의 정책 실패로 환원하기 어렵다.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의 저자 임승수 작가 ⓒ투데이신문 <br>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의 저자 임승수 작가 ⓒ투데이신문 

Q.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상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 메달을 헌납한 행보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의 정치적 이해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마차도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집단은 기본적으로 서구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판단한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베네수엘라 정부에 반대하는 인물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사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마차도의 수상 역시 그들의 기준에서는 충분히 일관된 판단일 수 있다.

다만, 이것을 단순한 음모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수상 결정에 관여한 사람들의 진정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들이 의존하는 정보와 관점의 한계를 봐야 한다. 음모론적 접근은 현실 분석을 왜곡할 위험이 있으며 실제로 부정선거 음모론과 같은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판단력을 흐릴 수 있다.

문제는 정보의 편향성이다. 특정 국가를 외부에서 바라볼 때 제한된 정보나 특정 매체에 의존하면 현실을 왜곡해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상황을 단일 언론의 시각으로만 접한다면 정치적 맥락을 균형 있게 이해하기 어렵다. 베네수엘라 역시 마찬가지다. 주류 서구 언론이 제공하는 서사만으로 상황을 판단하면 내부의 복잡한 정치·사회적 맥락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다양한 관점을 함께 고려해야 보다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Q.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중 패권 경쟁도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해왔고 한국은 안보와 외교, 문화 전반에서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동맹과 북중러를 대치각으로 만들면서 이 지역에 갈등이 유지되면 자국에 이득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역대 정부들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상황에서 다수의 국민이 반중 정서를 가지게 되는 건 어떻게 보면 안 가지는 게 더 이상한 거다. 다만 이러한 인식에 머무르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동아시아는 지리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공간이고 경제적으로도 상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감정에 기반한 접근보다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과거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일 관계에서 젊은 세대가 일정 부분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는 고정된 적대 인식 역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국가에 대한 호오가 아니라,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균형 있게 대응하는 것이다. 미국 패권이 눈에 보이듯 흔들리는 지금 언제까지 숭미 사상에 처져 있어야 하느냐고 묻고 싶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도 좀 깨어날 필요가 있다.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의 저자 임승수 작가 ⓒ투데이신문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의 저자 임승수 작가 ⓒ투데이신문 

Q. 변화하는 국제 질서는 다극화로 나아갈까, 아니면 더 큰 충돌로 이어질까.

세계의 권력이 분산되는 다극화와 국가간의 충돌은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전환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이다. 현재 국제 질서는 변화의 국면에 들어서 있다.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점차 약화되고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 등 다양한 행위자가 부상하면서 다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아니면 충돌로 이어질지는 주요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현실적인 전략을 취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전환이 가능하지만 과거 패권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강화될 경우 충돌 가능성은 높아진다. 다극화는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충돌의 강도와 범위는 주요 국가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Q. 책 말미에서 “그럼에도 역사는 진보한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그 근거와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역사는 직선적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후퇴와 갈등을 반복한다. 장기적인 흐름에서 보면 생산력 발전과 사회적 모순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왔다.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 역시 갈등과 희생을 수반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높은 생산력과 새로운 사회 구조를 형성했다.

지향하는 세계는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수의 국가가 균형 속에서 공존하는 체제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생산력의 성과가 소수에 집중되지 않고 다수에게 분배되는 방향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노동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부문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Q.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최근 출판 시장 전반에서 책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나 인공지능 등 정보 획득 경로가 다양해졌지만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복합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특정 언론의 시각만을 소비하는 방식으로는 사건의 이면과 구조를 충분히 파악하기 힘들다. 반면 책은 사건의 배경과 맥락, 다양한 관점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베네수엘라 사태 이면의 국제적 갈등과 내부 구조를 함께 분석하려는 시도다. 이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둘러싼 내·외부 정치적 충돌과 중남미를 무대로 전개되는 중국과 미국 간 패권 경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듯, 오늘날 미국 패권의 변화와 중국의 부상 역시 그러한 역사적 전환의 한 국면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데 이 책이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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