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주요 노동정책 과제로 올려놓은 가운데, 국내 실노동시간이 2030년에는 연간 1739시간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지금까지의 노동시간 감소가 장시간 근로 축소에 상당 부분 의존해온 만큼,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근무 방식과 임금체계, 업종별 인력 운영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고용노동부 발주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수행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노동시간 제도개선 포럼'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30년 연간 노동시간 예측치는 1739시간으로 추산됐다. 노동시간 단축 흐름이 이어질 경우 현행 주 5일 근무 체계의 조정 논의도 한층 구체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 4.5일제는 주 5일 근무의 틀을 유지하되 특정 요일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주당 총근로시간 자체를 낮추는 방식으로 거론된다. 핵심은 근무일수 조정만이 아니다. 줄어든 시간 안에서 업무효율을 어떻게 높일지, 임금 보전과 인력 운영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다.
정부는 올해 주 4.5일제 도입 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현장 적용 사례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업무보고에서 주 4.5일제 도입지원 시범사업에 324억원을 투입하고, 제도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 제정법'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 나온 주변 직장인들과 시민, 관광객들이 종로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 연합뉴스
고용노동부의 2026년도 예산에도 주 4.5일제 도입 지원 사업은 포함돼 있다. 관련 예산은 노사 합의로 주 4.5일제를 도입한 사업장에 노동자 1인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짜였다. 정부가 전면 도입보다 시범사업을 앞세운 것은 업종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제도 수용 여건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의 여력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국내 노동시간 감소가 주 40시간을 넘는 장시간 근로 비중 축소에서 상당 부분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장시간 근로를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추가 단축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경직적인 노동시간 운영 방식도 제도 확산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임금 보전과 생산성 유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업무 방식 개편, 인력 충원, 교대제 조정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특정 업종이나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구조를 바꾸고 일·생활 균형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 4.5일제 논의가 근로시간 문제에만 머물기 어렵다고 본다. 임금체계와 생산성, 업종별 인력 운용, 중소기업 지원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KDI 경제정보센터에 소개된 관련 자료도 제도 도입에 앞서 기준과 쟁점을 정리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 4.5일제는 이제 방향성보다 설계의 문제가 더 커진 단계다. 정부가 시범사업과 입법 추진을 예고한 만큼 논의 자체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현장 안착 여부는 업종별 차이를 얼마나 세밀하게 반영하는지, 노사 합의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내는지, 줄어든 노동시간을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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