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당선자 300명 가운데 20대는 단 한 명도 없으며, 40세 미만은 14명(4.7%)에 불과하다. 광역·기초단체장 역시 청년 당선자는 전무하다. 5060세대 중심의 정치 구조 속에서 청년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이변’이나 ‘전략적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투데이신문의 릴레이 인터뷰 <젊치인이 꿈입니다만> 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 자기 언어로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 출마자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정치 입문의 계기부터 현장에서 마주한 장벽까지를 당사자의 시선으로 짚으며, 정치를 삶의 무기로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젊치인이>
【투데이신문 김재현 인턴기자】 “왜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을까.”
서울 강서구 가선거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진보당 김수림(37) 후보가 정치에 직접 뛰어든 출발점은 바로 이 질문이었다.
대학 시절 등록금 문제로 친구가 입학을 포기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그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반복해서 경험해왔다. 이후 사회복지사로서 지역의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며 돌봄의 고단한 현실을 체감했다. 이어 의견이 기록에만 머무르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를 확인하고 나서는 정책연구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변화를 제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렇듯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김 후보는 직접 정치를 선택했다. 그는 돌봄과 지역 현안을 단순히 관리와 시혜의 ‘정책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문제를 겪는 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해결의 주체가 되는 당사자의 정치를 표방한다.
투데이신문은 김 후보를 만나 이번 선거에 도전하는 포부와 출마 배경, 지역에서 풀고자 하는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진보당 강서구의원 후보 김수림이다. 대학 시절 등록금 문제와 학교 비리에 맞서 싸우며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졸업 이후에는 봉제산 자락에서 사회복지사로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며 이곳에서 살아왔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만든 협동조합 방식의 방과후 공간에서 돌봄을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풀어보려 했다. 그 경험이 지금 내가 말하는 돌봄 정치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강서구 2030 청년 공동체 ‘청년보라’ 활동을 통해 청년들과 함께 봉사하고 지역 문제를 고민해왔고, 청년수당 참여자들과 반상회를 진행하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역할도 해왔다. 강서구청 청년정책위원과 자치분권위원으로 활동하며 행정 영역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2023년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됐을 당시에는 진보당 강서양천위원회와 함께 서명운동과 입법 촉구 활동을 진행했고, 피해 주택 실태조사를 통해 구청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시민단체와 함께 지방의회 모니터링, 구의원 갑질 규탄, 이해충돌 관련 주민감사청구 서명운동도 이어왔다.
Q.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정치인이 되려 했던 건 아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2007년 당시만만 해도 국가 학자금 대출 제도가 없었다. 은행에서 고금리로 대출 받는 게 전부였던 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학을 포기하는 일을 겪었다.
이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는 ‘뭐든 다 할 수 있다’ 말씀하셨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구조가 허락하지 않으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이 너무 부당하게 느껴졌다. 이후 광우병 촛불, 한미 FTA, 세월호, 박근혜 퇴진 투쟁 같은 여러 정치·사회적 사건들을 겪으며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확신이 쌓였다.
그 뒤로도 계속 싸웠지만, 결국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바뀌지 않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느꼈다. 강서구청 위원으로 참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견은 기록되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때 확신하게 됐다. 우리 삶을 바꾸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출마 결심은 내란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외치던 과정에서 더욱 확고해졌다. 시민 자원봉사팀장으로 활동하며 우리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Q. 사회복지사에서 정책연구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배경도 이러한 맥락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봉제산 자락에서 마을 활동을 하다가 서울시 위탁 키움센터로 자리를 옮겼는데 민간에서 하던 마을 교육과 아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클 수 있는 모델을 서울시가 정책화한 사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루 이용 인원과 같은 수치 중심의 평가가 더 강조됐다. 아이들이 삶을 알아가고 지식을 쌓는 일이 숫자로만 환원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책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계기로 정책연구원으로 방향을 옮겼다.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를 제도로 연결하고 싶었다.
Q. 이번 선거에서 해당 지역구 최연소 예비후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최연소 후보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지방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현재 지방의회는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인물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 과정에서 공천 문제나 이해충돌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배우자나 가족이 출마하는 사례도 있다. 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기성 정치판 안에서 있던 사람들끼리 돌아가며 하는 구조가 이러한 문제를 반복시키고 있다고 본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강서구에는 5000여명의 청년 예술인이 살고 있지만, 문화재단이 없어 지자체 지원이나 지역 행사와 연결되지 못한 채 다른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현실이다. 정책이 없는 게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치에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은 단순히 나이가 어린 정치인이 아니라, 지금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문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Q. 대표 공약인 ‘당사자가 직접 바꾸는 강서구 돌봄 제도’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돌봄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AI)이 돌봄 영역에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관계와 책임이 핵심이다. 돌봄 노동자와 돌봄을 받는 사람, 가족과 같은 비공식 돌봄자까지 모두가 지속 가능하게 좋은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돌봄법이 지난 3월 26일부터 시행됐지만, 강서구는 조례만 있을 뿐 예산이 충분하지 않고 운영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역 내 인지도 역시 낮아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사람과 사람을 실제로 연결하는 구조가 부족하다. 강서구 조례를 개정해서 커뮤니티 케어, 즉 공동체 돌봄 기구가 실제로 작동하는 강서구를 만들고자 한다. 선의나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조직으로 법제화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발생한 울산 일가족 참변 사건은 이러한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대부분 이뤄졌지만, 결국 비극을 막지 못했다. 지역에서 서로를 돌보는 촘촘한 연결망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웃이 이상을 감지해도 다음 단계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제가 말하는 돌봄은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법과 제도로 뒷받침된 공동체가 서로를 책임지는 것이다.
Q. 돌봄 이외에 강서구에서 시급하다고 보는 현안은 무엇인가.
먼저 무너진 정치 신뢰의 회복이다. 지역을 다니다 보면 “정치인들이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지방의회는 마을버스 예산부터 골목 반사경 하나까지 결정하는,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정치다. 그러나 공천 비리와 낮은 청렴도 문제 때문에 주민들에게 없어도 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강서구는 청렴도 최하위를 2년째 기록하고 있다. 주민에게 힘이 되는 생활정치를 강서에서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주거 공공성 관련한 전세사기 문제 해결이다. 전세사기 피해는 이제 피해 당사자를 넘어 건물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 주택이 관리비를 내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외벽 타일이 떨어지며, 소방 점검도 안 되는 상황을 함께 겪는다.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는 오르는 상황에서 주거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심각한 교통 문제도 꼽고 싶다. 강서02·03 마을버스 노선에는 정류장 표지판조차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고, 저상버스도 한 대도 없다. 골목이 좁다는 이유로 유아차나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골목도 운행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이미 운행되고 있는데 도입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언덕 위에 사는 어르신들이 정작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참여형 노선 개편과 정류장 표지판 설치, 저상버스 도입이 시급하다.
Q.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파악하게 됐나.
장롱면허라 이 동네에서는 차량보다 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듣는 ‘천 개의 바람’이라는 활동을 통해 민원을 모았고, 선거운동 중에도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라고 직접 여쭤보며 다녔다. 마을버스 정류장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표지판이 없는 정류장이 많다는 점도 확인했다.
장기터에서 공공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문제도 그렇게 알게 됐다. 어르신들이 50명가량 모이는 공간인데, 바로 인근이 아니라 조금 올라가야 신호가 잡히는 상황이었다. 확인해보니 관련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주민 요청이 있어야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안내드리자, 어르신들께서 “그럼 서명을 하면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주민과 함께 해결 방법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다.
Q.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공약을 ‘내가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특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주민을 돕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문제를 고민하고 공동의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결정하고 실행한 뒤 다시 보고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을 반복하겠다. 조례 제정과 예산 반영 같은 제도적 추진과 함께 주민 간담회와 상시적인 의견 수렴 구조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문제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혼자 결정하고 발표하는 정치가 아니라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정치다.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닌 나의 든든한 뒷배는 결국 주민들이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조례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구의회에서는 당사자 의견 수렴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플랫폼 노동자 조례를 논의하면서도 회의 전날 간담회를 열고 ‘다음에 반영하겠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이미 안이 대부분 정해진 상태에서 의견을 듣는 것은 사실상 요식행위에 가깝다. 그런 방식을 바꾸겠다.
Q. 기존 의원, 경쟁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본인의 강점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강점은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이 지역에 남아 함께 살아갈 사람이라는 점이다. 강서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목소리를 모으며 정책을 제안해왔다. 정치는 잠시 거쳐 가는 일이 아니라 계속 함께 살아가며 책임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억울한 사람들의 곁에 서왔다는 점이다. 2023년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골목을 다니며 목소리를 내고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 과정 끝에 강서에서는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피해자 법률비를 지원하는 조례가 마련됐고 피해자들과 함께 요구해온 피해 최소보장안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도 최근 통과됐다. 힘 있는 사람의 편이 아니라, 억울한 사람의 편에 서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진보정치의 이유다.
Q. 주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린다.
정치는 특별한 사람들이 위에서 내려와 대신 해주는 일이 아니다. 그런 정치는 이미 주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주민으로서 정치를 하겠다. 주민에게 묻고, 함께 결정하고 일한 뒤에는 반드시 보고하고 다시 묻겠다. 이 단순한 과정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가 제가 하려는 정치다. 선거 때만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라 선거가 끝나도 이 동네에 남아 함께 살아가며 책임지는 사람, 그게 김수림이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강서를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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