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의 무대가 바뀌고 있다. 더 빠른 칩을 만드는 경쟁에서 인공지능(AI)을 지탱할 ‘인프라’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확산은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냉각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드러냈고 그 해법을 둘러싼 논의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상 인프라를 넘어 ‘우주’까지 거론되며 산업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본지는 ‘우주 반도체’를 키워드로 AI 인프라 변화와 산업 구조 재편 흐름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구조 변화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전력과 냉각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부각되면서 단순히 칩 성능을 높이는 경쟁에서 벗어나 인프라 전반을 고려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에 직면하면서 연산과 저장, 전송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의 역할 역시 개별 부품을 넘어 데이터 흐름 전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 ‘칩’에서 ‘연결’로…경쟁 축 이동
AI 시대 반도체는 더 이상 개별 제품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디바이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연결’의 중심으로 역할이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더 빠르고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이동하고 처리되는 전체 구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성하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데이터 흐름이 폭증하면서 연산 자체보다 이를 연결하는 구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도 시스템 전체를 보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위성 통신과 같은 기술은 지상 인프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고 물리적 제약이 적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프라로서 가능성이 제기된다.
◆ 삼성, ‘우주 반도체’로 전략 확장
이 같은 산업 변화 속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략의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기반으로 기존 칩 중심 사업을 넘어 인프라 영역까지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우주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반도체 기술 검증과 연구개발을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향후 인프라 시장을 대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주 반도체와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상용화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면서도 “다만 다양한 환경에서 반도체의 신뢰성과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단계가 ‘시장 진입’보다는 ‘기술 검증과 가능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 ‘통합 역량’이 승부 가른다
우주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 패키징이 결합된 복합 산업이다.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만큼 각 공정 간 높은 완성도와 정밀한 통합이 요구된다. 방사선과 온도 변화 등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반도체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신뢰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개별 기술 경쟁보다 전체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통합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수직 계열화 구조가 이러한 환경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반도체는 단일 공정 기술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까지 연결된 통합 역량을 갖춘 기업이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 ‘연결’을 누가 장악하나
결국 우주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연결’을 누가 주도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데이터센터와 통신, 디바이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구조를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AI 데이터센터와 위성 인프라가 결합될 경우 반도체는 단순 연산 부품을 넘어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반도체 기업은 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연결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한계에서 출발한 변화는 이제 ‘연결’이라는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칩을 넘어 인프라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의 ‘우주 반도체’ 전략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