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현실화된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 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자료를 인용해 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기존 5.1%에서 4.7%로 하향 조정됐다고 보도했다. 내년도 전망 역시 5.1%에서 4.8%로 낮아졌으며, 물가 상승률 전망은 지난해 3%에서 5.2%로 크게 상향됐다.
마사토 칸다 ADB 총재는 현재 상황을 단순한 단기 변동성이 아닌 구조적 충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글로벌 에너지와 무역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압력이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물가와 성장 둔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3월 수입 물가가 전년 대비 16.1% 상승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일본은 수입 비용 증가로 인한 통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약 350억 달러 규모의 시장 개입에 나섰다.
통화 정책 역시 빠르게 긴축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4년 만에 통화 긴축을 단행했고, 호주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인도 중앙은행도 성장률 전망을 7.6%에서 6.9%로 낮추며 하방 리스크 확대를 경고했으며, 태국 역시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고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저소득 국가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방글라데시는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로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본력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에너지 확보 경쟁에서 유리해지면서 국가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에도 주목했다. 전쟁 초기에는 단순한 물가 상승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후에는 자원 부족과 공급 충격으로,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간 균형 문제로 관심이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경제 전체로 보면 아직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이 충격을 일부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1%로 전망하며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향후 핵심 변수로 각국 정부의 정책 대응 능력을 꼽는다.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이번 에너지 충격의 파급력과 지속 기간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