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비만약은 품귀, 항암제는 단종…약가 시스템이 만든 시장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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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비만약은 품귀, 항암제는 단종…약가 시스템이 만든 시장 양극화

폴리뉴스 2026-05-04 20:03:46 신고

최근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비만치료제 품귀와 기초항암제 공급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난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공급 부족의 영향을 받고 있고, 수십 년간 표준 치료에 쓰인 일부 기초항암제는 낮은 약가와 수익성 악화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두 현상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발생했지만,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는 약가와 공급 체계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치료 현장에서 약제 선택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별 품목의 공급난은 글로벌 생산 능력, 국내 급여 기준, 약가 수준, 제약사의 공급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의약품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의약품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비만약, 당뇨약, 글로벌 수급난에 국내 기준 변수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은 모두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의약품이다. 위고비는 비만치료제로,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구분된다. 오젬픽은 2026년 2월부터 국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처방 환경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급여 대상은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를 2~4개월 이상 병용 투여했음에도 당화혈색소가 7% 이상인 환자 가운데 체질량지수(BMI) 25kg/㎡ 이상이거나 기저 인슐린 요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해당 품목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 적정성' 평가를 받은 뒤 급여 등재 절차가 진행됐으나, 노보노디스크가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전 세계적인 공급 불안을 이유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급 문제와 국내 급여 기준, 약가 조건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비만치료제 공급 부족을 국내 약가만의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품목으로, 생산 능력과 국가별 공급 전략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량 조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기초항암제, 낮은 약가와 공급 불안 반복

기초항암제 시장에서는 다른 양상의 문제가 나타난다. 폐암, 대장암, 위암 등 주요 암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표준 항암제는 낮은 약가와 수익성 악화로 공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약가 기준으로 5-FU와 시스플라틴은 1회 투약에 5000원 내외, 빈블라스틴과 에토포시드는 8000원대, 블레오마이신과 비노렐빈은 2만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가 신약 항암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오래된 표준 항암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구조에 머물러 있다.

비노렐빈은 올해 초 오리지널 제품이 수익성 악화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고, 현재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긴급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블라스틴 역시 제조 원가가 판매가를 웃도는 역마진 구조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일부 병원에서 재고 부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암제 수급 문제는 환자 치료 일정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항암치료는 정해진 주기에 맞춰 약제를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 공백이 발생하면 치료 지연이나 약제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평원,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로 공급 안정 관리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은 경제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의 공급 문제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퇴장방지의약품을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경제성이 없어 생산이나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로 정의한다. 원가 보전이 필요한 약제를 지정해 진료 차질을 막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동시에 저가 필수의약품 사용을 유도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기능도 수행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원료비와 물류비 상승, 낮은 보험약가, 제한적인 공급 업체 수 등이 겹칠 경우 제도만으로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기반 자체가 약화된 상황에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 상향, 저가 필수약 원가 보전 확대, 공급 안정 대책 등이 포함된 개편안이 논의됐다.

원가 보전 실효성, 약가 조정 속도 과제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해 원가 보전의 실효성과 약가 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는 제약사가 품목별로 약가 조정을 신청하고 심의를 거치는 구조여서 원료비나 물류비 상승분이 즉각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기초항암제처럼 오랜 기간 사용된 필수약은 수요가 일정하더라도 가격이 낮으면 생산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공급 업체가 줄어든 상태에서 특정 회사가 생산을 중단하면 재고 부족이나 긴급 수입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만치료제 품귀와 기초항암제 공급 불안은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전자는 글로벌 수요 증가와 생산 능력, 국내 급여 기준이 맞물린 문제이고, 후자는 낮은 약가와 원가 부담이 누적된 필수약 공급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두 사안 모두 환자가 필요한 약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는지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약가제도 개편 논의가 신약 접근성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폴리뉴스 손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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