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빼내는 작전을 4일(이하 현지시간) 개시하겠다고 해 주목된다. 작전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이란이 미군이 해협에 접근하면 공격하겠다고 경고해 충돌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군 작전이 호위가 아닌 안전 경로 정보 제공에 그칠 거라는 외신 보도에 업계에선 회의적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세계 각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자국 선박들을 자유롭게 하는 걸 도와줄 수 있냐고 미국에 요청해 왔다"며 "우린 이 나라들에 우리가 그들의 선박이 이 막힌 수로에서 안전히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guide)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은 중동 시간 월요일(4일) 오전에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도울 선박들은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무관한 지역에서 왔다"며 이들은 "상황의 희생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이 인도주의적 조치가 방해 받는다면 유감스럽지만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4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항행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를 위해 유도미사일 구축함, 100대 이상의 지상 및 해상 기반 항공기, 다영역 무인 플랫폼, 1만5000명 이상의 병력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작전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군 역할은 상선 호위보다 안전 항로 제시에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고위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번 작전은 여러 국가, 보험사, 해운사들이 참여한 '조정 기구' 성격으로, 현재로선 미 해군이 해협에서 상선을 호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신문을 보면 기뢰 위치를 파악해 해당 수로를 통과하는 선박들이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고 항해에 가장 안전한 경로를 식별하는 방안은 포함돼 있다고 한다. 당국자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안전 항로 식별을 위한 정보 제공 지원을 요청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선박추적업체, 선박 소유주 등에 따르면 해협 양쪽에 선박 약 1600척이 묶여 있다고 추산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 작전에 미 해군의 상선 호위가 반드시 포함되진 않을 것이지만,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대한 이란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미 해군 함정들이 "근처에" 배치될 거라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미 해군이 상선들에 이란군이 기뢰를 설치하지 않은 가장 적합한 항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미군 유도 받으면 이란에 더 매력적 표적"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면 페르시아만에 선박 4척이 묶인 한 유럽 선주는 "확정적 휴전"이 있어야 선박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오만만에 가스운반선 한 척이 묶여 있는 그리스 기반 가스회사 가스로그의 최고운영책임자 코스타스 카라타노스는 "제안 내용이 너무 모호하다. 서방 군함의 유도를 받으면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더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외교관들과 선주들은 군함 호위 없이 조정 기구만으론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다.
이란 대응에 따라 작전이 확전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해군장교 출신인 전략자문사 킬로웬그룹 회장 할란 울먼은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이 작전 결과가 전적으로 이란의 반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은 엄청난 양의 무인기(드론)와 소형 선박을 갖고 있어 작전을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 군함이 피격된다면 "미국은 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협의 모든 기뢰가 제거됐는지 확실하지 않고 이란 정부는 미국 작전을 방해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혁명수비대 특정 부대나 이란 쪽 개인이 육상이나 소형 고속정에서 발포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미군 해협 접근 땐 공격·휴전 위반 간주"
이란은 미군이 해협에 접근하면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ISNA> 통신을 보면 4일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 사령관 알리 압돌라히 소장은 성명을 내 "우린 호르무즈 해협 안보가 이란군 권한 아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 통행은 군과의 협조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며 "우린 어떤 외국 무장세력이, 특히 미군 침략자가 해협에 접근하고 통과하려 한다면 공격 받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주둔 중인 군과 협의 없이 해당 해협을 통과하려는 어떤 시도도 자제할 것을 모든 상선 및 유조선에 당부한다. 이는 선박 안전을 위태롭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위협했다.
이란은 미국 작전 개시 땐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새 해양체제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간섭도 휴전 협정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은 트럼프의 망상적 게시물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했다.
3일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한 척이 피격되는 등 해협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3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북쪽으로 140km 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유조선 한 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기구는 승조원 모두가 안전하고 환경 영향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비지지율 1,2기 통틀어 최고…미 휘발유 가격 전쟁 뒤 50% 급등
휴전 협상이 교착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팔을 걷은 건 중간선거가 6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경제 분야가 지지율을 끌어 내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3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2%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해 비지지율이 1,2기 집권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지율은 지난 2월17일 같은 기관 조사(39%)보다 소폭 하락한 37%로 집계됐고 이란 전쟁 지지율은 33%로 반대(66%)가 월등히 많았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28일 미국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파로 미국 휘발유 가격 치솟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지지율은 2월 조사보다 7%포인트(p) 급락한 34%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분야 지지율도 2월 조사 대비 5%포인트 하락한 27%로 조사됐다. 생활비 분야도 대다수(76%)가 반대를 표해 지지율은 23%에 불과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3일 미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갤런당 4.44달러로 전쟁 발발 직전 대비 거의 50% 급등했다.
시장도 '시큰둥'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작전 발표에도 시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4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배럴당 108.17달러)보다 2.4% 하락한 배럴당 105.55달러에 거래됐지만 영국일광절약시간대(BST) 오전 9시12분 기준 다시 전장보다 2.48달러(2.29%) 오른 110.65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3일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발표했음에도 나타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힌 상태에서 증산 계획이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싱가포르 금융투자사 필립노바의 분석가 프리얀카 사치데바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정상적 흐름이 복구되는 명확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나오기 전엔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여전히 추가 상승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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