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두고 또 ‘이주민 때리기’…반복되는 혐오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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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앞두고 또 ‘이주민 때리기’…반복되는 혐오 공약

투데이신문 2026-05-04 18:01: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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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들이 또다시 이주민을 범죄와 연결하는 공약을 내세우며 혐오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외국인 때리기’ 정치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들었다는 지적이다.

4일 투데이신문 취재에 따르면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자유통일당 이강산(37) 사무부총장은 “인공지능(AI) 감시 카메라로 불법 체류자를 색출하겠다”고 공약했다. 감시 카메라를 활용해 실종자를 찾듯 불법 체류자를 찾아내 추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또 “개봉역(지하철 1호선) 등 중국인이 많아 강력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의 역명을 ‘을지문덕역’ 등 위인 이름으로 바꾸겠다”고 주장했다. 특정 지역과 국적을 범죄와 연결 짓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해 4월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불법 체류자 추방’과 ‘역명 변경’ 등을 내세워 약 3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에도 이주민을 범죄와 연결하는 공약이 논란이 됐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지난 2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기간 외국인의 정치 관련 댓글 작성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산 바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입법 시도도 이어졌다. 지난해 온라인 혐오표현을 불법정보로 규정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철회됐고 같은 해 특정 국가·국민·인종에 대한 집단 명예훼손·모욕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과 혐오표현 규제를 위한 법안도 발의됐지만 실제 제도화와 적용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과거 선거 국면에서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외국인·이주민을 치안 불안과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발언과 정책이 반복돼 왔다. 이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 역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024년 총선 이후부터 지난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추진한 ‘온라인 댓글 작성자 국적·접속 위치 표기 의무화’ 법안과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4월 전국이주인권단체 회원들이 자유통일당 박진재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4년 4월 전국이주인권단체 회원들이 자유통일당 박진재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아울러 2024년 국회의원 총선 당시에는 대구 북구갑에 출마한 자유통일당 박진재 후보는 극우 성향 단체 ‘자국민보호연대’를 이끌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와 일터를 찾아가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이들을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를 인도에 앉히거나 바닥에 눕혀 위협하고 주거지에 허락 없이 접근하는 장면이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돼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이주민을 단속과 배제의 대상으로 앞세우는 정치적 언사가 실제 극단적 혐오 행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됐다. 이후 박 후보는 해당 행위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선거 국면의 이주민 혐오는 중국인, 화교, 조선족 등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데, 이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2020년 총선 당시 선거운동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183건의 혐오표현 사례가 확인됐다. 이 중 가장 많은 19%(35건)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관련된 중국 혐오가 쓰인 사례였다.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선거 시기 외국인을 범죄와 연결하는 담론이 확산되면서 일상적 차별과 혐오 표현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국적이나 외모를 이유로 한 의심과 배제가 강화되고 합법 체류자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색출’, ‘추방’과 같은 표현은 이주민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강화해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차별금지법 이주인권제정연대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을 무조건 단속추방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숱한 폭력과 인권침해를 양산했고 사망과 부상자를 낳았다”며 “단속추방으로는 미등록 체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됐으며, 사명정책과 체류권 부여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주인권진영 공통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 참가한 이주민 및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 참가한 이주민 및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사무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혐오는 계속 존재해왔고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어떤 혐오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될지 판단해 활용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사무처장은 최근 이주민 혐오가 부상한 배경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산한 반중 정서와 제주 예멘 난민 사태, 계엄 국면에서 제기된 ‘외부세력 침탈’ 담론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겹치며 한국 사회의 이주민 혐오가 더 커졌다”며 “반중 정서가 강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이주민 혐오가 동성애 혐오, 여성혐오 못지않게 주요한 정치적 동원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혐오를 표로 인식하는 정치 구조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정당한 표현의 자유까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양당이 먼저 혐오로 공동체를 훼손하는 선거운동을 방지하자고 합의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 차별시정총괄과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성명을 발표해 “선거관리위원회 등 국가기관은 후보자 등의 출신 지역, 성별 등 요소를 공연히 비하,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할 의지를 미리 천명하고 선거운동 기간에 발생하는 혐오표현으로 인해 소수자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고 공론의 장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점검,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그러면서 “정당과 후보자는 민주주의 가치실현의 직접적 행위 주체로서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하는 표현을 삼가고 혐오표현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하여 즉시 시정조치를 하는 등 정치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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