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돈을 마치 제 돈처럼…집값상승 기름 붓는 '레버리지 집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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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돈을 마치 제 돈처럼…집값상승 기름 붓는 '레버리지 집쇼핑'

르데스크 2026-05-04 16:28: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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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전세 보증금을 공공기관 등 제3자가 관리하는 '전세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여론 안팎에선 해당 제도의 조속한 시행과 전체 임대인 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고강도의 대출 규제가 시행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레버리지(지렛대 투자) 수요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부동산 레버리지 투자에는 세입자 보증금에 은행 대출금, 소액의 자기 자본이 활용되는데 이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게 보증금이다. 결국 은행 대출을 막더라도 보증금의 무분별한 활용을 서둘러 막지 않는 한 투자 수요에 의한 집값 상승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집값상승 주범 레버리지 투자 수요 여전히 많아" 국토부 '전세 신탁' 소극 시행 논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업무에 구상권 행사를 위한 담보(현금포함)를 취득·관리 및 운용하는 행위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앞서 국토부는 올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세입자가 낸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HUG 등 제3기관에 예치하는 '전세 신탁'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집주인이 아닌 제3기관이 전세 보증금을 관리하면 무분별한 활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전세사기, 레버리지 투자(갭투자)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번 개정안은 HUG가 전세신탁 운영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구상권 행사를 위해 현금을 포함한 담보를 직접 취득하고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입구. [사진=연합뉴스]

 

여론 안팎에선 국토부의 행보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금과 같은 미온적인 태도로는 정책의 실효성 논란만 일으킬 뿐 뚜렷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일단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민간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선택제로 운영한다는 계획인데 제도 적용 대상이 한정적인데다 강제력이 없는 선택제이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이미 정부가 시행 중인 집값 안정화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전세 신탁' 제도를 전체 임대인에게 강제적으로 이행하게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와 부동산업계,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는 경우엔 6개월 이내 전입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세입자 보증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소액의 자기 자본만으로 집을 매입하는 '레버리지 투자'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다만 정책 덕분에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일부 줄긴 했지만 완전히 근절되진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체결된 부동산 주택취득자금 조달 계획을 보면 전체 거래 중 임대보증금 제출 비율은 21.2%였다. 5채 중 1채는 주택취득 자금 일부를 임대보증금으로 충당했다는 의미다.

 

전년 동기(37.2%)에 비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순 없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직전 거래가가 평균 시세가 되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가령 같은 규모의 주택이 실거주 수요에 의해 꾸준히 10억원에 거래되던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레버리지 투자 수요에 의해 11억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온다면 이후 나오는 매물은 전부 11억원에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완전히 억제하지 않는 한 부동산 안정화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임차인 보증금 통제 못하면 레버리지 투자 억제 요원…미국·영국 등도 제3기관 신탁 의무화

 

▲ 최근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공공기관 등 제3자가 위탁 관리하는 '전세신탁'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제도의 조속한 시행은 물론,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 대상을 전체 임대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주변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도 '전세 신탁' 제도가 현 시점에서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레버리지 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제3자의 자금을 활용해 자기 자본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통상 부동산 투자에서 제3자의 자금은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과 은행 대출금 둘 뿐이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이미 주담대 수요에 대해서는 6개월 전입 의무를 적용했기 때문에 현재 레버리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제3자 자금은 세입자 보증금밖에 없다.

 

문제는 기존 레버리지 투자에 활용되는 전체 자금 중 전세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빌라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0% 안팎을 기록 중이다. 주담대를 받지 않아도 자기자본 4억원만 있으면 전세보증금 6억원을 받아 10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80%에 육박하던 2023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매입하는 주택 수가 많을수록 자기 자본과 타인 자본의 차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가령 10억짜리 주택 한 채만 매입할 경우엔 자기 자본 4억원, 타인 자본 6억원 등으로 차이가 2억원에 불과하지만 세 채일 경우 자기 자본 12억원, 타인 자본 18억원 등으로 차이가 6억원으로 껑충 뛴다. 최악의 사태 발생 시 집주인이 감당해야 할 자금 규모가 2억원에서 6억원으로 커진다는 의미다.

 

▲ 전문가들은 전세신탁 제도가 주거 약자인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전세 신탁' 제도를 통해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돼 토지거래허가 규제에서 제외된다. 은행 대출에 전세 보증금까지 더하면 적은 자본으로 최대한의 지렛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높았던 시절 오피스텔 대상의 '무자본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만약 전세 보증금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지렛대 효과가 그만큼 상쇄되는 만큼 무분별한 오피스텔 매수 움직임도 한 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 신탁'이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도 적극적인 제도 도입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당수 주에서 보증금을 별도의 예치 계좌나 정부 산하 위원회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7년부터 보증금 수령 후 30일 이내에 정부가 승인한 기관에 예치하는 내용의 '임대차 보증금 보호제도(TDP)'를 시행 중이다. 이들 국가의 경우 전세 개념 없고 월세 보증금은 월 임대료의 1~2개월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전세 보증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임에도 유동성 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는 것이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신탁 제도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보증금 연체나 미반환 문제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이다"며 "이는 임차인이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거 약자인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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