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사법 절차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특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도입 시기와 방식은 여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홍익표 정무수석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통해 당시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에 의해 자행된 불법 행위와 부당한 수사 등이 상당 부분 밝혀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별검찰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다만 이에 대한 구체적 시기나 절차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두고 정치권 안팎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관련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원내대표 권한대행 등 원내지도부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특별검사에게 ▲재판 계속 중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 ▲사건의 강제 이첩 권한 ▲공소유지 검사를 배제하고 변호사로 하여금 공소를 유지하게 하는 권한 ▲영장전담법관 지정 및 재판의 우선 진행 강제 권한 등을 부여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등 국정조사 대상이었던 7건을 비롯해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백현동 개발 관련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및 배임 의혹 사건 등이 포함됐다.
법안 발의 직후부터 국민의힘 등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법조계 전반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작기소 특검법은 기존 특검법과 달리 ‘공소 유지 여부 결정 권한’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특검법 논란의 핵심으로는 제8조 7항이 지목된다. 해당 조항은 “특별검사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 유지(공소 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소 취소’라고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공소 유지 여부 결정’이라는 문구가 사실상 취소 권한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특검 전담 영장을 담당하는 영장전담법관(제13조)을 별도로 두고 대통령기록물 열람 허가를 기존처럼 고등법원장이 아닌 지방법원 판사의 영장으로 가능하도록 한 조항(제6조 5항) 역시 논란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특검을 직접 임명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사 대상 12건 중 8건에서 이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포함돼 있는데, 이중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배임 의혹 등 6건은 1심이 진행 중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1심 단계에서는 공소 취소가 가능하다.
특별검사 임명권을 가진 이 대통령이 사실상 자신의 형사재판 공소 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해충돌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검찰청은 법안 발의 당일 입장문을 내고 진행 중인 재판에서 확인돼야 할 사안에 대한 수사는 재판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에 재논의를 요청했다.
특검법 자체가 특검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인 모임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이번 특검법은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사법적 책임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계됐다”며 “이는 특검 제도의 본질을 정면으로 왜곡하는 전례 없는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법안에 위헌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명예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특검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이번 법안은 오히려 대통령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며 “영장 전담 판사를 별도로 지정하고 대통령기록물 열람 허가를 통상과 달리 지방법원 판사가 맡도록 한 점 등도 평등 원칙에 반하며 대통령이 이해당사자인 사건과 관련해 특검을 임명하는 구조 자체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진단했다.
법안 발의 시점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소취소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달 중 본회의 처리 시점이 6·3 지방선거와 맞물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내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장 교수는 “향후 법안 처리 여부는 정치적 상황, 특히 선거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여당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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