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틴 세지윅 '아버지의 역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수컷이 자식을 어느 정도라도 돌보는 동물은 극히 드물다. 인간 사회에서처럼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많은 정성과 자원을 쏟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부성(父性)은 그동안 모성(母性)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부성은 혈통과 상속, 사회를 떠받쳐온 핵심 질서였지만 그 기원과 진화 과정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역사학자 어거스틴 세지윅은 '아버지의 역사'에서 고대의 강력한 가부장제부터 최근의 '남성성 위기'까지 부성이 탄생하고 변모한 긴 역사를 추적한다.
아버지는 때로는 권력과 통제의 중심이고, 때로는 보호와 돌봄의 주체다. 그만큼 대비되는 상반된 역할을 가진 존재다. 과거의 가부장적 아버지상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성은 모성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애초 모계 중심 사회에서 부성이라는 개념과 관련 제도는 매우 취약했다.
부성의 확립이 과거 남성에게 불리했던 사회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성의 권력을 확립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혹한 벌이 필요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가족을 억압하며 권위를 유지하던 시기는 지나고 현대에 이르러 절대적 권력을 가진 가부장은 몰락했다.
남성들은 이전 세대 아버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양육에 할애한다. "2억년 넘게 포유류 새끼를 양육하는 일은 거의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이었다"고 인류학자 새러 배플러 허디는 말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전쟁과 산업화, 과학기술 발전과 가족 구조 변화 속에서 전통적 가부장을 대신해 돌봄과 책임, 교감이 강조되는 새로운 부성이 부각되고 있다. 가정 밖에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전히 여성들이 남성보다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쓰지만, 부성이 점점 모성과 닮아가고 있다. 부성과 남성성에는 또 다른 '위기'다.
이 책은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통해 부성의 변천사를 그려낸다.
플라톤은 공동 양육을 제안하며 부성을 본성이 아닌 제도의 문제로 접근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버지의 권위를 정당화하며 가정을 정치 질서의 기초로 봤다.
영국 헨리 8세는 혼인과 출산을 국가 권력의 핵심으로 삼고 부권 절대주의 시대를 열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도 아버지라는 개념을 정치적 권위의 언어로 활용했다.
찰스 다윈은 아버지를 자녀의 성장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며 책임을 수행하는 존재로 재정의했고,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가족 내 아버지의 권위를 욕망과 억압의 구조 속에서 분석했다.
한때 사회 변화를 외치는 반항아였던 가수 밥 딜런이 아이들과의 행복한 삶을 노래하는 모습은 전후 사회에서 권위적인 '아버지'가 자녀와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아빠'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서양이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가부장제 전통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부성의 변천사를 서양 문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아버지 또한 그 못지않게 가부장적이었고, 큰 폭의 역할 변화를 겪고 있다. 큰 틀에서 부성이란 관념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변해왔다는 점에서 부성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아버지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식의날개. 김재용 옮김.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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