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슈즈 신은 '심청'의 몸짓…애틋한 서사 시대초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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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슈즈 신은 '심청'의 몸짓…애틋한 서사 시대초월 감동

연합뉴스 2026-05-04 14:55: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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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심청' 40주년 공연…동서양 관객에 신선한 경험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가족이 해체되고 전통적 유교관이 붕괴한 시대에도 장애인 아버지와 딸의 절절한 서사, 가족의 희생, 보상적 해피엔딩은 유효한 감동을 줬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단 '심청'의 40주년 기념 공연은 이러한 작품의 생명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심청'은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 창단과 함께 기획돼 1986년 국립극장에서 초연했으며 이후 12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세계 각국에서 40년간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보편적 가족애에 공감하게 만드는 한국 설화 속 효녀의 원형 덕이다.

발레 작품 중에서는 극적 줄거리를 배제하는 공연도 있다. 그러나 '심청'은 대사 없이도 안무와 몸짓 연기만으로 서사를 풀어내는 힘이 강점이다. 그로 인해 발레 기술이나 안무의 아름다움만큼 중요한 지점이 문학적 아름다움을 살리는 연기력이다.

작품의 1막 처음이나 2막 마지막 장면은 발레의 화려한 기교와 기술을 감상하기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는 아버지를 위한 결심부터 고난, 극적 상봉의 기쁨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안무와 몸짓으로 심청의 내면을 표현했다.

거친 풍랑이 이는 어두운 밤바다를 배경으로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선, 웅장한 남성 무용수들의 군무와 대비되는 심청의 연약한 몸짓과 황망한 연기가 내면의 혼란과 슬픔을 잘 드러냈다.

바다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눈이 먼 아버지를 내내 그리워하는 모습은 애틋함을 더했다.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우리나라 대표 설화와 서양 클래식 발레를 결합한 독창적 레퍼토리로 동서양 관객 모두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심청과 궁중 무용수들이 착용하는 한삼(汗衫·여자 예복 소매 끝에 댄 감)과 이를 활용해 한국무용을 일부 차용한 안무는 발레 특유의 팔과 손을 내뻗는 동작과 잘 어우러졌다.

아예 탈춤패 등장 장면을 넣기도 했다. 발레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탈춤의 들썩이는 역동적인 안무와 해학적인 몸짓이 눈길을 끌었다.

널리 알려진 왕과 심청의 '문라이트 파드되(2인무)' 장면에선 관객이 기대하는 난도 높은 발레 안무가 돋보였다.

동서양의 미학적 조화가 전하는 감동은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다.

2막에서는 궁궐을 배경으로 악사를 연기하는 무용수가 등장하자 오케스트라가 잠시 연주를 멈췄다. 악사의 연기에 따라 동양적 선율을 내는 플루트 독주를 과감하게 삽입해 국악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를 살렸다.

하프와 트럼펫 등 서양 악기가 구현해내는 우리나라 가락도 이질적인 즐거움을 안겼다.

공연의 지휘를 맡은 지중배는 "1막에서는 아리랑을 차용하고, 탈춤 장면에선 우드블록을 사용해 목탁소리를 표현하는 등 전반적으로 한국적 정서를 넣으려고 했다"며 "타악기 연주자들이 서른 가지 악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휘와 관련해서도 "스스로 한국적 요소를 뽑아내려 노력한 부분이 있다"며 "악보에는 없는 국악 식의 강약 조절을 넣기도 했는데, 모두 한국인 지휘자와 한국인 오케스트라여서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0주년 공연은 출연자 섭외에서도 남다른 점이 있다. 심청을 여러 차례 연기한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다시 심청으로 무대에 올랐고, 핵심 2인무를 함께하는 왕 역에는 은퇴한 엄재용 지도위원이 특별 출연했다.

두 무용수의 기념비적인 만남은 강미선이 문훈숙 단장에게 "40주년인 만큼 40대 이상의 베테랑 무용수들이 무대를 채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불혹을 넘긴 무용수들이 전막을 소화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탄탄한 기량과 '심청'을 오랜 시간 연기하며 축적한 해석력이 관록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특히 엄재용은 25년 전 데뷔작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감동을 안겼다.

심 봉사 역으로는 배우 김명수가 등장했다. 발레 무용수가 아닌 일반 연기자의 참여는 '심청'의 서사와 감정 표현에 무게를 더한 시도가 됐다.

문훈숙 유니버설 발레단 단장은 "작품이 40년간 생명력을 유지한 것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감동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심청'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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