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난감은 모빌이었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색깔을 구분 못 한다고 해서 흑백 모빌을 달아 놓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알록달록 팔랑거리는 모빌로 바꿔 주었다. 저절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를 켜면 빙글빙글 돌아가며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물.
예전에도 모빌은 있었지만 손주 눈 위에서 돌아가는 모빌은 할미가 보아도 마음을 빼앗길 만큼 예쁜 것은 물론 앙증맞은 소리까지 내었다. 손주 옆에 함께 누워 모빌을 바라보노라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져 잠이 올 듯한 적도 많았다. 눈앞에 움직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따라가는 손주의 눈을 보자니, 태어나자마자 살펴본 손가락·발가락 다섯 개 같은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다음 장난감은 손에 쥐는 딸랑이. 손에 쥐고 흔들다가 이가 나며 잇몸이 근질거린다고 또 입에 넣어 문지르는 것도 쥐여 준 것 같다. 예전의 플라스틱 장난감보다 요즘 것은 왠지 부드럽고 색감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아기 손에 딱 맞는 것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아이가 잡고 일어서게 되면 집집마다 '보행기'라는 것이 있었는데, 서기 전에 앉기만 해도 앉혀놓는 장난감도 수없이 많았다. 의자에 탄력감 있는 밴드가 있고 아기가 발을 구르면 저절로 움직이면서 사방에 빙 둘러 장난감이 꽂혀 있으니, 안고 업지 않아도 서너 시간은 거뜬한 '육아 보조기'들.
또 하나의 필수품은 바닥 매트였다. 우리 집이야 1층이라 층간소음에서는 벗어났지만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칠 수도 있어서 몇 년은 두툼한 매트를 깔고 지냈다. 그것도 불안한지 '충격 흡수 헬멧' 같은 것을 쓴 아기들도 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느낌이었다.
장난감의 단연 으뜸은 '레고 블록'. 아이의 손가락 크기와 쥐는 힘에 따라 큰 것부터 시작해서 새끼손톱 반만 한 것까지 세분화된 크기와 조화로운 색깔, 칭찬받아 마땅한 놀잇감이다.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의 소근육과 대근육 발달과 창의력은 물론 ‘언젠가는 내 집을 지어 보겠다’는 꿈까지 꾸게 해주는 최고의 장난감이지 싶다.
이리저리 붙이고 떼다가 점점 감탄스러운 작품에 이르면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술 수 없어 진열하게 되는 날이 온다. 할미라면 만들어 놓은 것을 똑같이 따라 만들 수도 없을 만큼 기발한 만들기 작품 앞에서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어?” 감탄사를 연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골똘한 표정과 앙다문 입술로 만들기에 집중한 손자는 할미의 과장된 리액션에 힘입어 나날이 실력이 늘어 갔다.
손주가 특히 좋아한 것은 도미노 쌓기. 도미노용으로 나오는 얄팍한 블록을 세워 쌓고 맨 앞의 것을 툭! 치면 줄줄이 쓰러지며 다다다닥 소리를 내는 놀이다. 쌓는 것에 비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쓰러질 때의 환희는 쌓아 보아야 알 수 있다.
일정한 간격을 맞추어야 앞의 것이 뒤의 도미노를 쓰러뜨리는데 자칫 약간만 넓어도 쓰러지기가 뚝 그친다. 거실 바닥 전체를 도미노로 쌓아놓고 상기된 표정으로 “출발!” 외치면 도미노 기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기술이 늘자 중간에 다리 같은 장애물을 만들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쓰러뜨리기,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쓰러뜨리기 등 갖가지 작품들이 탄생했다. 수학과 과학을 굳이 일찍 가르치지 않아도 쌓고 잇고 부수고 세우며 평면과 공간의 이치를 깨달아 나갔다.
초등학교 입학 후 '게임'이라는 절대 강적을 만나 그 모든 호기심과 창의력을 쏟고 있는 손주. 할미는 왠지 화면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놀고 있는 것이 섭섭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손주는 자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보고 듣고 만들고 놀아 본 것이 손주 머릿속 어딘가에 쌓여 있겠거니 위로해 본다.
여성경제신문 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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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출판사 등에서 오랜 시간 취재 및 편집 업무를 담당하며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했다. 은퇴 후 손주의 육아를 전담하게 되면서 겪는 현실적인 고충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을 담은 <할머니의 황혼육아> 를 집필하고 있다. 할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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