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의 동상이몽, 자식들은 '홍삼' 정작 부모님들은 '이것']
여러분 곧 5월 8일 어버이날이잖아요. 우리 어버이날에 부모님 댁이나 조부모님 댁 갈 때 보통 뭐 사가요? 그쵸. 홍삼 세트나 고급 영양제, 이런 건강식품 많이 사가죠? 가격 좀 되는 거? 근데 막상 시간이 지나서 부모님 댁에 다시 가보잖아요? 그럼 좀 의외의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니 비싼 돈 주고 산 홍삼, 영양제는 "아까우니까 나중에 먹을게~" 하면서 찬장에 그대로 넣어두시고 정작 매일 드시는 건 따로 있다는 겁니다. 그건 바로 약국에서 몇 백 원이면 살 수 있는 작은 갈색병, 판피린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한 번쯤 들어보셨죠? 이 익숙한 광고의 주인공이 바로 판피린인데 무려 60년도 전에 나온 감기약이에요. 근데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들은 피곤할 때도 삭신이 쑤실 때도 심지어 소화가 안 될 때도 이 판피린을 찾으십니다. 아니 대체 그 작은 갈색병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어르신들의 냉장고 한쪽을 지키고 있는 걸까요? 자 오늘 4인용 책상에서는요. 그 인기의 이유와 함께 꼭 알고 있어야 할 주의점까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밥도 못 먹던 그 시절의 구세주, 국민 감기약의 탄생]
어르신들이 판피린을 왜 이렇게까지 믿고 찾는지 알아보려면 이 약이 처음 나왔던 195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때 당시가 6·25 전쟁 직후였잖아요? 이때 사람들이 잘 못 먹어가지고 영양실조가 심했어요. 그래서 면역력이 너무 낮으니까 감기 한 번 걸리는 것도 진짜 목숨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이런 참담한 현실에 "아 이거 그냥 못 두고 보겠다" 하고 나선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동아제약의 젊은 오너, 고(故) 강신호 명예회장이었습니다. 강 회장은 동아제약에 입사하자마자 "우리 국민들 살릴 감기약 하나 만듭시다!" 하면서 첫 프로젝트로 판피린을 만들어내요. 이 판피린의 이름도 강 회장이 직접 지었는데요. 판피린의 판(Pan)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이라는 뜻이고 피린(pyrin)은 당시 사용하던 해열진통제 성분 이름이에요. 그러니까 뜻을 합치면 '이 약으로 모든 통증을 다스리겠다' 약간 이런 의미가 있었던 거죠. 저번에 박카스 이름도 강 회장이 직접 지었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진짜 작명 센스가 남다르시긴 한 것 같습니다.
이때 1956년 당시 처음 나왔을 때는 판피린이 알약 형태였다가요. 1963년에 마시는 감기약으로 변했다가 1977년 지금 같은 갈색 작은 병 형태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판피린은 이렇게 긴 시간을 거쳐오면서 국민 감기약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요. 대한민국 액상 감기약 시장에서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요. 또 1년에 팔리는 판피린 매출액만 400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니 판피린 한 병에 500원, 600원에 파는데 400억을 찍으려면 매년 7천만 병 이상을 우리 한국인들이 마시고 있단 겁니다. 특히 60대 이상 어르신들 사이에서 이 판피린은 집에 진짜 하나쯤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그런 생필품처럼 자리 잡고 있죠.
[판피린은 어떻게 어르신들의 건강음료가 됐을까?]
근데 우리 어르신들은 판피린을 꼭 감기에만 드시는 게 아니거든요? 뭐 몸이 좀 찌뿌둥할 때나 밭일 나가기 전에도 "아유~ 판피린 하나 마셔야겠다~" 하실 때가 많죠. 그런데 이 판피린 성분표를 보면 그 이유가 보입니다. 우선 판피린에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으로도 알려져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진통제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이 성분이 열을 내리고 통증도 좀 줄여줘요. 근데 나이가 들면 막 삭신도 쑤시고 무릎도 아프고 근육통도 막 오잖아요. 그런데 이 진통제가 통증을 좀 눌러주니까 "아유 역시 판피린 마시니까 몸이 좀 가볍네~" 이런 느낌이 드는 거죠. 게다가 판피린에는 (약 30mg의) 카페인도 들어있어서요. 집중력과 활력도 좀 살려줍니다. 그리고 동시에 노곤함을 느끼게 해주는 성분도 또 들어있어요. 그러니까 판피린을 마시면 통증은 가라앉는데 카페인 때문에 정신은 또렷해지고 근데 또 몸은 노곤하게 편안하게 풀리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짚고 가야 할 것은 판피린은 어디까지나 건강 음료가 아니라 약이라는 겁니다. 매일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간 손상이나 카페인 의존증 같은 부작용이 올 수도 있어요. 근데 또 신기한 거는 판피린 드시는 분들 보면 꼭 하루에 한 병, 이틀에 한 병 이렇게만 드시더라고요. 뭐 옛날에는 이것도 읍내 약국까지 가야 살 수 있던 거기도 하고 500원 600원 하는 가격도 좀 아깝다고 아껴 드신다고 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근데 뭐 오랜 경험 속에서 몸으로 익힌 적절한 복용법이 있던 거겠죠.
[판피린의 상징 "감기조심 하세요"]
사실 판피린이 이렇게 국민 약이 된 데에는 광고도 한몫했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 광고가 1960년대 후반부터 TV, 라디오 이런 데 엄청나게 들렸어요. 아니 멘트가 "판피린 사세요~" 이게 아니라 "감기 조심하세요~" 이러니까 그때 당시에 좀 춥고 배고팠던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는 안부 인사로 들려왔던 거죠. 그리고 이 딸깍하고 병 따는 소리, 지금 말로 하면 약간 ASMR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광고가 온 국민한테 쫙 퍼지니까 진짜 어땠냐면 "아우 나 감기 걸렸어", "야 판피린 한 병 먹어" 이러면서 진짜 병원 가란 말보다 판피린 먹으란 말이 더 먼저 나오게 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막 콧물 훌쩍거리면 엄마가 판피린부터 먹였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클로징 - 부모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물론 수십만 원짜리 영양제 세트도 분명 귀하고 좋은 선물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찬장 안을 지키고 있던 건 비싼 영양제보다 작은 판피린 한 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이 판피린에 큰 위로를 얻는 이유는 단순히 진통 성분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서로 건네던 시절의 그 기억, 그 인사를 들으며 지냈던 젊은 날의 따뜻한 기억도 함께 들어 있을 겁니다. 다가오는 이번 어버이날에는 물론 비싼 선물을 챙겨드리는 것도 좋지만 요즘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신지, 또 요즘엔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하신지, 한번 여쭤보는 건 어떨까요? 부모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이 만병통치약은 홍삼도, 판피린도 아닌 자식들의 다정한 안부인사와 관심일 테니까요. 자, 이번 어버이날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면서요. 오늘 4인용 책상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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