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을 걱정하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사라질 위험지역을 붉은색으로 표시한 전국 지도를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이 사라질 위험이 아주 높거나 위험 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 정책이나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쏟아부은 돈은 어마어마하지만 모든 지표는 거꾸로 가고 있다.
현재 지방이 처한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지방 인구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지방의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지방소멸이라는 부정적 제목으로 기사화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지방 인구 감소와 전원주택 열풍
한때 지방 인구 증가에 역할을 했던 전원주택 열풍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과거 전원주택 열풍이 불었던 시기는 1차 베이비부머들의 나이가 40~50대였다. 그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을 지방에서 보냈고 자연에 대한, 특히 흙에 대한 그리움과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요즘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황토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베이비부머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전원주택 열풍이 한창일 때 설문조사를 하면 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비율이 70%에 육박하곤 했다. 일주일에서 닷새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이틀은 전원에서 생활한다는 '5도 2촌'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다. 설문에서 보듯 1차 베이비부머들에게 전원으로 복귀하는 것은 인생 후반전의 꿈이었다.
그렇게 1차 베이비부머들이 전원주택 열풍을 일으켰던 시기에는 지방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전원주택 단지도 많이 생겼지만 기존 마을 빈집을 고쳐서 시골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제 그들은 나이가 들어 60~70대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불편을 참으면서 젊은 시절 꿈이었던 전원생활을 했지만 앞으로 계속 살기에는 그 불편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지방의 열악한 의료환경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대도시로 되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원주택의 세대교체, 즉 전원생활에 꿈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사줘야 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전원생활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전원은 살고 싶은 곳이 아니라 여행용이나 캠핑용이다. 어린 시절부터 안전하고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이 익숙하며 생태학습을 갔을 때 흙을 만지거나 밟아본 경험 외에 흙에 대한 그리움도 없다. 의료 교육 문화 교통 생활환경 등이 열악한 것을 참는다고 해도 젊은이들이 지방에서 돈을 벌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갈 수가 없다.
지방소멸과 노인 지원의 필요성
그러면 지방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결론적으로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이제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65세 인구가 20%를 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은 이미 20년 전부터 초고령사회였다. 아예 젊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없는 마을도 많다. 지방 마을을 다니다 보면 이대로 10~20년이 지나면 전체가 빈집으로 변할 것 같은 마을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에 전북 고창군의 어촌마을 특화사업으로 주민 공동체시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오래된 경로당을 요즘식으로 고치는 일이다. 현지 조사를 하러 갔더니 많은 노인들이 저녁에 집에 가지 않고 경로당에서 먹고 잔다는 것이었다. 시설도 낡았고 공간도 좁지만 함께 모여서 놀고 이야기도 하고 밥도 같이 해 먹는 것이 집에 가서 혼자 자는 것보다 좋다는 것이었다.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내린 결론은 우선 전국적으로 경로당을 현대화하는 것이 지방에서 살고있는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통합돌봄의 개념과 연계해서 주민 공동시설을 최신식으로 바꾸고 식료품·생활용품·비상약품도 구비하고 돌봄이나 상담 요원도 상주하면 좋겠다.
지금 지방이 처한 현실을 볼 때 젊은이들의 지방 이주를 늘리기 위해 단편적인 지원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그동안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의미가 없다. 가장 급한 정책은 지금 지방에 살고 있는 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시급히 지원하는 것이다.
☞통합돌봄=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민 중심의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wison777@naver.com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 <건축가의 아침산책> ,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점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작은집이야기> 건축가의> 건축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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