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충북 청주에서 고위험 임신부가 응급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지만 끝내 태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역 모자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24시간 분만·고위험 신생아 진료’를 목표로 모자의료센터를 운영해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복지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 29주 차 임신부가 출혈로 태아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과 119는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까지 병원 40여 곳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전문의 부재와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이 거부됐고, 결국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헬기 이송이 이뤄졌다. 최초 신고부터 이송까지 3시간 20여 분이 소요됐지만 태아는 끝내 숨졌다.
문제는 이송 과정에서 거론된 병원 상당수가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권역 모자의료센터였다는 점이다. 이들 센터는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를 24시간 대응하도록 설계된 핵심 인프라이지만, 실제로는 산과 전문의 부족과 신생아 중환자실 포화 등으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모자의료센터의 경우 산과 전문의 4명 이상 확보가 기준이지만, 일부 병원은 전문의 1명이 당직을 도맡는 등 인력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분만실 뺑뺑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대구에서도 조산 증세를 보인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수도권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태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고령 산모와 다태아 출산 증가로 고위험 분만 수요는 늘고 있지만, 낮은 분만 수가와 의료사고 부담 등으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지원 기피가 이어지며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구조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3일 충북대병원을 찾아 긴급 간담회를 열고 “어느 지역에서든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체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전했다. 복지부는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체계를 재정비하고, 실시간 병상·인력 정보를 공유하는 이송 시스템 구축과 119 협업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의료사고 부담 완화와 보상 체계 개선을 통해 필수의료 인력 유입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단기간 내 인력 확충이 쉽지 않은 만큼 제도 개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필수의료 인력 수급을 정밀하게 재설계하고, 현재 보유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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