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맞춤 ‘첨단 프로젝트 기획자’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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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맞춤 ‘첨단 프로젝트 기획자’ 되어라

더리더 2026-05-04 09:16: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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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공공성+수익성 잡는 사업 발굴, 자금 투입 후 실행 전략도 필수


정부가 미래산업 투자 육성과 국가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끌 정책펀드를 꺼내 들었다. 5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출시를 앞둔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2030년까지 총 150조원 이상을 조성해 첨단 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국가 전략 펀드다.

정부는 150조원 가운데 40% 이상을 비수도권에 배분해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 흐름을 지방으로 분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역대 정책펀드 중 최대 규모인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모빌리티 △2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대만 TSMC와 미국 국부펀드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정책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시해온 정책 중 하나다.

재원은 정부보증채권 기반의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으로 마련된다. 정부가 먼저 투자의 물꼬를 트면, 금융권과 연기금, 일반 국민 등 민간 자금이 뒤따라 들어오는 구조다.

운영은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맡는다. 금융위가 전체 제도와 의사결정 구조를 관리하고, 산업은행 안에 설치된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이 사업 접수와 검토, 자금 집행, 사후관리 등을 담당한다. 개별 사업은 산업계와 금융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첨단전략산업기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최종 의결한다.

국민 참여를 늘리기 위한 손실보강 장치도 마련됐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먼저 부담하고, 일반 국민이나 민간 투자자는 이후 손실을 부담하는 후순위 보강 구조다.

◇지방으로 향하는 60조원…균형발전 동력될까
국민성장펀드의 또 다른 목표는 지역균형발전이다. 금융위는 전체 투자금의 40%, 60조원 이상을 비수도권에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자금을 단순한 지역 안배가 아니라 권역별 첨단산업 거점을 키우는 데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현 정부의 ‘5극3특’ 전략과 맞물려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하고 지방 성장거점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정부의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지방정부도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전남도는 ‘국민성장펀드 in 전남’ 공모를 통해 전 국민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받았고, 에너지·AI 농어업·데이터센터·바이오 분야 등을 중심으로 69건을 접수했다.

권역 단위 협력 사례도 있다. 부산·울산·경남은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추진본부를 중심으로 ‘부울경 초광역 협력사업 발굴 TF’ 회의를 열고 5극3특 전략과 국민성장펀드에 연계할 협력사업 발굴 방안을 논의했다.

충남과 경북은 설명회와 전담 조직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충남도는 금융위원회·한국산업은행과 사업설명회를 열고 도내 기업의 사업계획 발표를 진행했다. 경북도는 민관합동 전담팀과 컨설팅센터를 운영하며 사업 발굴과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기준 비수도권에서 91건, 약 70조원 규모의 사업이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에 제안됐다. 제안 사업에는 △부산의 AX·로봇융합 스타트업 타운 조성 △울산의 전고체배터리 핵심 소재 생산시설 확장 △경남의 첨단 방위산업 지원 △충북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생산체계 구축 △충남의 배터리 생산설비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사업 △전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미래차 핵심부품 생산기지 구축 등이 포함됐다.

실제 투자 사례도 나왔다. 지난 1월 29일 기금운용심의회에서는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으로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의결됐다. 전남 신안군 우이도 남측 해상에 해상풍력 발전소를 건설·운용하는 사업이다. 이후 △울산 전고체배터리 공장 구축사업 △평택 5라인 AI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 △AI 반도체(NPU) 양산 및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사업 등이 추가로 승인됐다. 현재까지 승인된 4건 중 2건이 비수도권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수도권 투자 비중이 국민성장펀드의 지역균형발전 목표와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이병헌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회 위원장(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은 “국민성장펀드의 자금 운용 방향에 지방 우선 검토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우선순위에서 지방을 고려하지 않으면 AI 등 유망 분야가 수도권 중심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방향성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지방 투자 확대…생태계·수익성 확보 우려
일각에서는 국민성장펀드의 지방 투자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첨단산업 투자가 효과를 내려면 대규모 설비투자와 전문 인력, 벤처·혁신기업, 후속 투자 생태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에 이런 기반이 충분하지 않으면 자금을 투입해도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역 투자 생태계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뚜렷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국 벤처투자금의 79.6%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다만 첨단산업이 반드시 수도권 중심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첨단 산업은 처음부터 인프라가 완비돼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새롭게 조성해 시작할 수 있다”며 “이미 산업 인프라가 마련된 곳은 그 기반을 활용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고,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는 새로운 기반을 만드는 투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지방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갖고 있지만,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투자 방식으로 운용된다. 첨단산업과 비상장기업, 스케일업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큰 반면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행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도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을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2021년에 5조6000억원 규모로 모금돼 당초 목표액을 넘어섰지만, 성과는 고르지 않았다. 펀드 운용 종료 시점에는 각 펀드별 수익률이 -20%대 손실부터 30%대 수익까지 엇갈렸다. 일부 하위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은 정부 재정이 후순위로 이를 보강하면서 일반 투자자 수익률은 플러스를 유지했다. 결국 손실 부담은 정부가 떠안은 셈이다.

이 교수는 “국민성장펀드는 공공성이 전제돼야 하지만, 동시에 사업인 만큼 수익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손실이 나면 결국 공공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손실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방정부의 기획과 실행력이 균형발전 성패 좌우
금융위 국민성장펀드추진단은 지난 2월 지방정부 간담회에서 지방정부가 ‘지역 맞춤형 첨단산업 프로젝트의 기획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 균형발전의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직접 사업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강성혜 금융위 국민성장펀드추진단 사무관은 “지방의 실제 현실을 잘 아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발굴과 제안이 중요하다”며 “사업이 이뤄지려면 공업용수와 전력, 인허가, 교통망, 전문 인력, 연구개발 인프라, 협력업체 생태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거점 전략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각 지역이 이미 가진 산업 기반과 특성을 결합할 수 있는 성장축을 세워야 국민성장펀드가 단순한 지역 안배용 재원이 아니라 권역별 산업 발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첨단전략산업이라고 해서 모두 IT나 대도시 친화적인 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 자율주행, 차세대 조선처럼 다양한 지역 환경에 적합한 신제조업과 연결되는 분야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5극3특 같은 국가균형발전 전략 아래에서 지역별 특성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거점 지역 성과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금 투입 이후의 실행 전략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지방에 단순히 자금을 내려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역 차원의 산업 육성 전략, 기업 유치, 인프라 조성이 함께 가야 실질적인 균형발전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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