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미워도 대구는 그래도 보수 아이겠나. 이재명 정부하고 민주당이 그렇게 함부로 하는데 대구까지 넘어가면 안 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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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이데일리가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지난 29~30일 양일간 찾아 직접 민심을 들어본 결과, 대구 표심은 과거와 달리 양분되는 모습이었다. ‘무조건 보수’로 통하던 텃밭 공식이 이번 선거에서는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노년층은 국민의힘을, 젊은층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간 승부는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래도 국힘” vs “대구도 바뀌어야” 갈린 민심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구 서문시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단연 화젯거리였다. 점심시간대 붐비는 먹거리 골목에서는 “니 진짜 김부겸 찍을끼가”, “이번에는 국힘 찍을란다” 같은 대화가 곳곳에서 오갔다. 그러나 표심을 묻는 질문에는 “내는 정치 얘기만 꺼내도 머리가 아프다”며 말을 아끼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수의 심장’이라는 아성은 아직 건재한 모습이었다. 특히 중·노년층에서는 추경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70대 남성 A씨는 “국민의힘이 밉다. 밉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국힘을 뽑아줘야 하지 않겠나. 대구도 좌파로 넘어가면 큰일 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의회 구성을 고려하면 보수 후보 당선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구에 21년째 거주 중인 최민익(31, 남, 동구) 씨는 “대구시의회도 야당이 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책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추경호 당선이 바람직하다”며 “김부겸이 당선되면 대구시는 정쟁의 4년을 보낼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젊은층에서는 김부겸 후보에 대한 지지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녀들과 함께 서문시장을 찾은 박윤환(35, 남, 수성구) 씨와 조다은(33, 여, 수성구) 씨는 “공약도 안 보고 그냥 ‘보수’라면 찍어주는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그런 것부터 개선돼야 대구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범어동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하람(27, 여, 북구) 씨는 “그전에는 모르겠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한 당을 뽑기는 어렵다”며 “지금 당 체제에서 과거 정리도 못 하고 있어, 당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2번을 찍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보수’ 공식은 깨져…경제 침체가 원인
‘대구=국민의힘’이라는 공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데에는 상인과 시민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50년 넘게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90대 여성 박모 씨는 “나는 아직 결정을 못 했지만, 이번에는 진짜 뒤집어진다고 하더라”라며 “몇십 년 동안 내리 보수만 찍어줬는데 지금 대구 모습을 봐라. ‘느그들 지금껏 뭐 했노’ 이런 거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침체된 지역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어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배모 씨(71년생, 남)는 “대구 경제가 진짜 힘들다”라며 “대구 부동산이랑 경기를 살릴 사람이 누군지 보고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범어동 일대에는 공사로 인해 한 거리 전체가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역시 한 블록 건너 ‘공실’ ‘임대’ ‘매매’ 안내문이 붙은 상가가 눈에 띄었다. 동성로와 서문시장 일대 공실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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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 역시 ‘경제’에 집중됐다. 택시기사 이모 씨(70, 남)는 “일단 기업부터 들어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김부겸이든, 추경호든 대구에 기업을 유치해서 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안지원(43, 여) 씨는 “대구가 보수 텃밭이었지만 발전된 게 많지 않다”며 “그렇다고 진보가 들어오면 우리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북성로 공구거리에서 만난 신동열(63, 남, 중구) 씨는 “장동혁 그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 당도 다 분열시키고”라며 “나는 보수지만 윤석열 때부터 정치가 잘못됐다. 이번에는 정신 차려야 한다. 김부겸이 돼야 국힘도, 대구도 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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