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때 자녀 이름에 쓸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하는 현행 법률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 차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 뉴스1
앞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고 뉴스1 등은 전했다.
사건은 한 부모가 딸의 이름에 ‘예쁠 래(婡)’를 넣어 출생신고를 하려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해당 한자가 관련 법상 등록 가능한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안내했고, 결국 ‘래’는 한글 이름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됐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자녀 이름에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청구인은 2023년 2월,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한 조항이 자녀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관 9명 가운데 과반인 5명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일정 범위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이름은 자녀가 사회적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나가는 기초가 된다"며 "우리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현행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 뉴스1
한자의 특성도 판단 근거가 됐다. 헌재는 "특히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이 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용 한자의 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추후 해당 한자가 인명용 한자로 추가될 경우 개명이나 출생신고 추후보완신고 절차를 통해 이름으로 등록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판관 4명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현행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들은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한자가 '통상 사용되는 한자'에 해당하여 인명용 한자로 선정될 것인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헌재는 이름 한자 제한이 개인의 이름 선택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더라도, 가족관계등록 제도의 안정성과 사회적 통용성 등을 고려하면 헌법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5 대 4로 의견이 갈린 만큼, 이름을 정하는 자유와 행정적 관리 필요성 사이의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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