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안양] 김진혁 기자= 이영민 부천FC1995 감독의 인내심이 돋보이는 맞춤 전술이 FC안양전 징크스를 깨는 묘책이 됐다.
지난 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6 11라운드를 치른 부천FC1995가 FC안양을 1-0으로 격파했다. 이날 결과로 부천은 무려 1,484일 만에 안양전 승리를 기록하며 리그 3경기 무승에서 탈출했다. 부천은 1라운드 로빈을 3승 4무 4패 승점 13점으로 마무리했다.
스리백을 즐겨 쓰는 이 감독의 전술은 독일 축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뮌헨이 리그 타이틀을 대번 독식하는 ‘절대 강자’ 구조다. 그렇다고 바이에른을 상대하는 중하위권 팀들이 수동적인 전술로 맞서진 않는다. 외려 강팀 상대로 더 강하게 부딪히고 맞서는 공격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그 때문에 바이에른이 한 경기에 5골 이상을 맹폭하며 대승하는 경기가 자주 나오지만, 약세로 보였던 팀이 난타전 끝에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이따금 연출된다.
이 감독 역시 비슷한 접근법으로 부천을 이끌어 왔다. 3-4-2-1 전형을 기반으로 기동력 있는 선수들을 활용해 상대를 압박한 뒤 숏카운터를 날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3경기 무승에 빠진 이 감독은 안양전을 앞두고 과감하게 접근법을 수정했다. 이날 부천은 전방 압박을 자제하고 지역 수비 방식을 택했고 안양의 공세를 하나씩 받아내는 데 집중했다. 소위 말해 ‘선수비 후역습’ 방식을 취했다.
안양전 선발 명단을 3-4-2-1식으로 짰지만, 정작 본 경기에서는 대부분 시간을 4-4-2 배치로 보냈다. 부천은 안양에 과반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공격 전개가 중앙을 거치지 못하도록 철저히 틀어막았다. 바사니와 가브리엘이 가장 앞쪽에 남았고 티아깅요, 김종우, 카즈, 김동현이 중원을, 홍성욱, 패트릭, 정호진, 안태현이 수비를 구축했다.
부천의 4-4-2 수비 블록을 안양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안양은 토마스, 김정현 중원을 중심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부천이 중앙 공간을 틀어막다 보니 박스 쪽으로 전진 패스를 보내는 데 애를 먹었다. 이따금 토마스가 개인 기량을 발휘하며 날카로운 전환 패스로 부천 전형을 흔드는가 싶었지만, 측면으로 나간 패스가 다시 중앙으로 들어오기 어려웠다. 전방에 있던 마테우스가 3선까지 내려오며 경기를 풀고자 했지만, 이러면 전방 공격 숫자가 부족해지는 역효과가 나왔다.
부천이 그저 지키고만 서 있던 건 아니었다. 패스 공간을 찾지 못한 안양 미드필더들이 전진 드리블을 시도하거나 안양 센터백이 사이 공간으로 한 번에 패스를 찌를 때마다 부천 중원이 재빠르게 반응해 견제했다. 특히 카즈의 기동력이 돋보였는데 사이 공간에서 토마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카즈가 강하게 달라붙어 토마스가 전방으로 돌아설 수 없게 방해했다.
승리가 절실함에도 인내심을 유지했던 부천은 버티고 버틴 끝에 후반전 결과물을 만들었다. 토마스가 근육 문제로 후반전 교체된 시점부터 안양의 전진 패스 정확도가 크게 흔들렸다. 상대 패스 실수가 늘어나자 한껏 웅크렸던 부천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공을 끊어낸 뒤 경합 능력이 좋은 최전방 가브리엘을 믿고 전방으로 간결하게 공을 찔렀다. 부천 공격진이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날카로운 공격 과정이 하나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후반 26분 왼쪽 측면에서 안양의 패스 전개가 차단됐고 패트릭이 공을 잡았다. 앞쪽을 바라본 패트릭은 지체 없이 하프라인 넘어 있던 바사니에게 연결했고 바사니는 넓은 전방 공간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안양 수비진 세 명의 시선을 끌어당긴 바사니는 배후로 침투하는 가브리엘에게 킬패스를 찔렀고 가브리엘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 감독의 인내심이 안양전 징크스 탈출과 승점 3점을 만들었다. 결승 어시스트를 기록한 부주장 바사니는 경기 종료 후 “안양은 공격을 하고자 했고 우리는 잘 막았다. 정말 인내심과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저희 전술에서 필요한 것들을 잘 이끌고 간 덕분에 이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며 준비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원활하게 작용했다고 인정했다.
이 감독도 “연패를 끊었다는 게 제일 감회가 깊다. 저희 선수들이 최근에 경기장에서 못 보였던 모습들이 오늘 나왔다. 그런 모습들이 승리한 것보다 기분이 좋은 것 같다”라며 “선수들이 최근 몇 경기 동안 위축된 플레이를 했다. 경합 상황에서 밀리기도 했다. 우리 팀에서 가장 나오면 안 되는 상황들이 계속 나와서 아쉬웠다. 오늘 경기에서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라며 경기를 총평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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