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욱 저작권썰.zip] ㊵ 그 노래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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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 ㊵ 그 노래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일간스포츠 2026-05-04 06:00: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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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와 박나티. 사진=IS포토

지난주 살펴본 스윙스와 빅나티의 논란은 힙합 특유의 공격적인 언어와 폭로전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를 단순한 디스전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태의 본질은 힙합 디스전의 도파민이 아니라, 한 노래가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익권을 누가 처분하고 누가 그 권리를 유지하느냐에 있습니다.

동일한 저작인접권 매각을 두고도 회사는 ‘어쩔 수 없는 경영 판단’이자 ‘공정한 배분’이라 주장하는 반면, 아티스트는 이를 ‘커리어의 장기 수익을 잃은 사건’이며 ‘계속 갖고 있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 권리 보유와 수익 기대의 엇갈린 지점 

음악 한 곡은 하나의 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권리의 묶음입니다. 작사·작곡가의 저작권, 가창 및 연주한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그리고 음반을 기획·제작한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으로 나뉩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마스터권’은 녹음물에 대한 지배권을 의미하며, 통상 음반제작자의 권리와 직결됩니다. 결국 누가 제작비를 부담했고 계약서상 명시된 권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귀속 여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회사가 마스터권을 소유하고 아티스트는 수익의 일부를 정산받는 구조라 하더라도, 아티스트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아티스트는 마스터권을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으나, 권리 수익을 배분받을 계약적 지위는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이해관계가 매각을 막을 ‘동의권’인지, 수익 정산을 요구할 ‘청구권’인지, 혹은 정서적·윤리적 차원의 문제 제기의 영역인지는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아티스트의 권리가 ‘매년/매월 정산금을 받을 권리’에 국한될 경우, 이는 본질적으로 정산금을 받을 계약상 청구권에 가깝습니다. 이 경우 회사가 보유한 음원 IP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 자체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상 ‘해당 음원 권리의 처분·양도·담보 제공 또는 정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권리 처분 시 아티스트의 동의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이 존재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 경우 아티스트는 마스터권자가 아니어도 소속사의 독단적인 IP 처분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자산 매각을 넘어 아티스트와의 전속계약상 지위 자체를 제3자에게 이전하는 구조였다면, 동의 여부는 더욱 결정적인 쟁점이 됩니다. 이번 사건이 실제 계약상 지위의 승계가 있었는지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해당 거래가 단순히 '자산'만 넘긴 것인지, 아니면 '계약 당사자로서의 권리 의무'까지 포괄적으로 이전한 것인지에 따라 아티스트 동의가 필요한 범위와 무게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리보이가 두 차례의 논의와 법률 자문, 그리고 최종 동의 과정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중요합니다. 다만 해당 절차가 법적으로 ‘필수적인 동의’였는지, 혹은 향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설명과 양해’의 과정이었는지는 계약서 전문을 확인하기 전까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당사자들이 이 사안을 단순한 회사 내부의 자산 처분으로만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했다는 점입니다. 

◇ 선급금은 왜 폭탄이 되는가

한편 음악산업에서 ‘선급금’은 미래 수익을 담보로 먼저 지급되는 돈입니다. 

통상 거액의 제작비를 조달하기 어려운 레이블은 대형 유통사로부터 선급금을 지원받아 음원 제작, 운영, 마케팅비로 활용합니다. 사업이 계획대로 순항할 때, 선급금은 신규 아티스트 영입과 음원 발매 및 프로젝트 확대를 가능케 하는 성장의 연료가 됩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수익이 회수되지 않을 때, 현금흐름의 관점에서 본 미상환된 선급금은 더 이상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카탈로그(IP) 전체를 짓누르는 무거운 무게가 됩니다. 

스윙스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회사는 카카오로부터 약 120억 원의 대규모 선급금을 유치한 상태였습니다. 소속사는 주요 아티스트들의 계약 만료로 인한 공백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이 자금을 투입해 신규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지속적인 음원 발매를 추진했습니다. 추진했던 프로젝트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고, 힙합 시장도 침체되면서 회사 자금 사정은 악화됐습니다. 결국 회사로 유입되는 모든 음원 수익은 매달 선급금을 변제하는 데 우선 사용되었습니다. 즉 음원으로 돈을 벌어도 그 돈이 회사나 아티스트에게 남지 않고 상환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티스트는 “왜 회사의 경영 실패를 나의 미래 수익으로 메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속사의 언어로는 조직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자산 처분’이지만, 아티스트의 언어로는 본인이 향유해야 할 ‘미래 수익의 강제 현금화’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논쟁의 끝은 감정이 아닌 실체적 자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선급금 계약 구조부터 매각 대상이 된 음원의 범위, 아티스트별 수익 배분 기준, 그리고 장래 수익을 일시금으로 정산할 수 있는 계약상 근거와 실제 동의 방식이 어떠했는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가르는 핵심 지표입니다.

◇ 반복되는 분쟁들

이러한 갈등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명확합니다. 신인 아티스트에게 회사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유일한 ‘투자자’입니다. 녹음실, 프로듀서, 믹싱, 마스터링, 뮤직비디오, 홍보, 공연, 유통망 확보 등 모두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며, 회사는 이 불확실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로 음원 권리를 보유합니다.

곡이 히트하여 카탈로그가 축적되고, 그 위에 아티스트의 이미지, 서사, 팬덤 그리고 시간이 만든 가치가 덧입혀지면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스윙스와 빅나티의 논란은 아직 사실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권리 매각이 적법했는지, 동의의 성격과 범위가 무엇이었는지, 정산이 공정했는지는 계약서와 정산서가 말해줄 문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힙합답게 싸웠느냐에 대한 판정이 아닌, 장래 수익에 대한 권리와 동의의 기준을 계약서 위에 더욱 분명히 새기는 일입니다 

오래 살아남은 노래는 계속 돈을 벌고, 그 수익은 잊혔던 과거의 계약서를 다시 소환합니다. 결국 이 질문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그 노래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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